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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없어요" 볼수록 헐값 40억원 캡틴, 흐름을 지배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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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6일 주중 삼성과의 두번째 경기를 앞둔 LG 덕아웃.

LG 류지현 감독은 최근 주춤한 오지환의 타순 조정 여부에 대한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집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선수"라며 잘 치고 있는 문보경과 5,6번을 바꾸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타순 조정보다) 차라리 한 경기 쉬게 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사령탑의 판단이 옳았다.

이날도 3타수무안타로 침묵하던 캡틴은 7-9로 추격한 8회초 극적인 동점 투런홈런을 날렸다.

9회초 유강남의 역전 솔로포로 10-9 리드를 잡은 9회말에는 선두 김현준 타구를 멋진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며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LG 류지현 감독은 다음날인 7일 삼성전에 오지환을 쉬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나온 오지환은 부랴부랴 타격코치를 찾아가 라인업에 넣어줄 것을 부탁했다.

"감독님께서 배려해 주시려 하셨지만 어차피 올스타전도 쉬는데 굳이 얼마 안 남은 중요한 경기라 꼭 뛰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에이스 뷰캐넌 등판 경기. 자신보다 팀을 앞세운 캡틴의 솔선수범이었다.

스스로 자청해 출전한 경기. 충분히 그럴 만 했다.

공-수에 걸쳐 이틀 연속 경기 흐름을 지배하며 LG의 25년만의 대구 싹쓸이와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5-4로 바짝 추격당한 3회말 2사 1루. 강민호의 좌전안타성 타구를 완벽한 타이밍 속 플라잉 캐치로 막아냈다. 계속될 수 있었던 위기를 잘라낸 멋진 호수비였다.

좋은 기운은 타격으로 이어졌다.

2사 1루에서 우중간 적시 3루타로 1루주자 채은성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6-4를 만들었다. 기껏 추격한 삼성을 맥 빠지게 한 개인 통산 700번째(역대 57번째) 타점. 곧바로 문보경의 추가 적시타가 터졌다. 삼성이 7회 2득점으로 2점 차로 추격하자 8회 1사 1,3루에서 바뀐 투수 최충연의 2구째 슬라이더를 당겨 승부에 쐐기를 박는 시즌 13호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삼성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끊는 이틀 연속 홈런포.

결정적인 흐름마다 공수에서 게임을 지배하는 남자. 경기 후 비결을 물었다.

"경험은 무시 못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많이 뛰다 보니까 '이번 이닝에 끊으면 우리한테 기회가 오겠다, 아니면 이걸 못 끊으면 위기가 오겠다' 이런 것들에 대한 판단이 잘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공수에서 의식을 하면서 플레이하죠."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터진 홈런포.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할까.

"그건 또 다른거죠. 아까는 홈런이 됐지만 사실 저는 무조건 한점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집중을 하고, 미리 생각도 많이 했어요. .번트를 대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3점 차면 8,9회 편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적시타 하나를 반드시 치겠다는 집중력과 집념이 전날 동점 홈런과 쐐기 3점 홈런으로 이어진 셈.

마음 먹는대로 이뤄지는 그야말로 완숙의 경지에 접어든 대한민국 최고 유격수.

게임을 지배하는 오지환의 가치는 단순 수치로 평가할 수 없다. 안타 하나, 홈런 하나의 가치가 다 같은 건 아니다. 어느 순간, 어떻게 터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게임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 보면 그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2019년 말에 맺은 4년 최대 40억원 FA 계약의 세 시즌째. 오지환을 잡은 건 LG로선 엄청난 행운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