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V리그에서 새 시즌을 맞이하는 김연경(34·흥국생명)이 국내 복귀 소감을 밝혔다.
김연경은 8일 강원도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2 여자 프로배구 홍천 서머매치에 앞서 국내 복귀 후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달 20일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1년 총액 7억원(연봉 4억5000만원, 옵션 2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5월 말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김연경은 친정팀 흥국생명의 적극적인 권유로 V리그에서 새 시즌을 맞히하기로 했다.
2005년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2010년 일본 JT마블러스를 거쳐 터키 페네르바체에 입단하면서 유럽 무대를 밟았다. 이후 유럽 리그 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도 맹활약하면서 세계 최고의 여자 선수 중 한 명으로 발돋움했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V리그에 컴백한 김연경은 시즌 종료 후 중국 상하이와 계약하면서 다시 해외 무대로 나섰으나, 1년 만에 다시 V리그 복귀를 택했다.
-국내 복귀 소감은.
▶많은 분들 앞에서 이야기하려니 좀 떨린다. 국내 복귀 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고민도 깊었다. 국내로 돌아오게 돼 기쁘다. 팬들과 다시 만나게 돼 설레는 마음도 크다. 홍천은 프로 선수가 된 뒤 처음 온 곳이기도 하다. 아낌없는 관심에 감사하다. 다시 돌아오게 돼 설레고 기쁜 마음이 크다.
-두 시즌 전 복귀 때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었다. 이번 복귀 목표는 무엇이고 결심 배경은 무엇인지.
▶아직 조심스런 이야기지만, 내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 있다. 그런 방향을 볼 때 국내로 돌아가야겠다 생각했다.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다. 은퇴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해야 할 나이가 되다 보니 여러 생각을 하게 됐고, 국내로 돌아오게 됐다.
-해외 팀의 제의도 있었는데, 국내 복귀를 결심한 이유가 있다면.
▶사실 아직까지 빅리그에서 콜이 온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크다.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하지만 앞으로의 가고 싶은 방향에 맞춰 가기 위해서라고 할까, 그런 방향 때문에 결정을 하게 됐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도 얻게 되는데, 그에 대한 고민도 있었나.
▶처음 해외에 나갈 때 6년이라는 시간을 채웠으면 좋겠다고 흥국생명과 교감한 바 있었고,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도 있다. 6년이란 시간을 채워 기뻤다. 올 시즌을 뛰고 FA가 되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조심스런 부분이 많아 방향으로 애둘러 표현한 듯 싶은데, 선수 생활을 넘어 지도자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건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어도 아직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 나의 방향은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고 천천히 준비하는 과정이다.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배구와 관련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함이다.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선 복귀 땐 흥국생명이 절대 1강으로 꼽혔지만, 우승을 놓쳤다. 지금의 흥국생명은 당시에 비해 전력이 많이 약해졌다. 올 시즌 목표는.
▶팀에 합류해 오늘까지 나흘 째 훈련했다. 선수들과 생활하고 감독님과 미팅한 바로는 분위기가 참 좋고, 선수들의 실력이나 체력이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비시즌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봤다. 올 시즌 우승이 쉽진 않을거란 생각을 한다. 지난 시즌 우승했던 현대건설이나, 도로공사, GS칼텍스 등 상위권팀 전력이 좋다.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지만, 선수들끼리 잘 준비해 최대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시즌 준비 계획과 권순찬 감독과 나눈 대화가 있다면.
▶감독님 스스로 '부산사나이'라고 이야기를 하시더라(웃음). 털털하시기도 하고, 상남자 다운 면이 있더라. 굉장히 확고하게 맞는 것과 아닌 것을 이야기해주시더라. 내 입장에선 편한 감이 있었다. 감독님이 추구하는 방향을 잘 따라간다면 이전의 흥국생명과는 다른 배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
-대표팀이 VNL에서 아쉬운 결과에 그쳤다.
▶오랫동안 대표팀 생활을 했었고, 그 대회를 나갈 때 힘든 것도 잘 알고 있다. 선수들 고생이 참 많겠구나 생각하며 최대한 많은 경기를 보며 응원했다. 아쉽게 승리하지 못하고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점점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점은 긍정적이라 본다. 항상 VNL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점점 좋아질 것으로 여긴다. 좀 더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대표팀이 부진한 가운데 태국, 일본이 선전했다. 대표팀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있나.
▶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팀들의 경기도 지켜봤다. 확실히 팀 색깔이 느껴지는 배구를 하더라. 우리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도 세 팀이 우리와 상반된 성적을 거둬 화려해보이는 면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더 좋아져야 할 부분을 보완하고 세계선수권을 잘 준비한다면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본다. 어린 선수들과도 연락을 많이 했다. 모든 팀이 같은 여건이지만 국내 선수들의 유럽 경험이 없다보니 시차 등 예민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언하며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려 했다. 우리 선수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세자르 감독이 대표팀 관련해 김연경과 꾸준히 소통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감독님과 인연이 있으니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경기 전후 여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감독님이 '어떻게 하면 한국 배구가 나아질 것 같으냐'는 질문도 하시더라.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전한 바 있다.
-지난 복귀 때 통합우승, 트리플크라운, 감독님 말씀 잘 듣기를 목표로 잡았는데 이번에는.
▶아직 개인적인 목표를 잡진 못했다. 올 시즌엔 개인적인 목표보단 팀 성장과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우리 팀이 어디까지 올라가느냐를 목표로 두고 열심히 준비해보려 한다.
-김해란과 다시 배구를 하게 됐는데.
▶오랜만에 만나 배구보다는 사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해란 언니가 아들을 낳고 삶적인 변화를 겪었고, 무릎 부상으로 힘들어 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직 배구 얘기를 깊게 하진 못했고, 서로 근황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정도였다.
-8월 KOVO컵 출전은 가능한지.
▶컵대회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팀 합류 나흘 밖에 되지 않았고 감독님과 호흡을 맞춰가는 상황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여자 선수 최고 대우지만 팬들은 너무 적다는 이야기도 한다. 샐러리캡 등 제도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낼 생각도 있는지.
▶어려운 질문을 하시는 것 같다. 남녀 선수 간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어떤 식으로 변화가 생길지 잘 모르겠다. 구단 여건이나 생각이 다르다고 본다. 선수들이 더 좋은 대우, 환경에서 배구를 한다면 너무 좋을 것 같고, 앞으로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시작했을 때보단 조건이나 환경이 좋아졌다. 앞으로 더 좋아졌으면 한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책임감이 주어지는 부분이 있으니, 선수들도 훈련이나 경기에 더 열심히 임해야 하지 않나 싶다. 나보다는 모든 후배들이 혜택을 받길 바란다.
-감독, 동료 권유가 있다면 주장직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 어린 선수들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는지.
▶주장을 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지금 김미연이 주장을 하고 있고, 김나희가 부주장을 맡고 있다. 두 선수가 팀을 잘 이끌고 있다. 감독님, 동료 요청이 있더라도 나는 괜찮다. 경기를 잘 뛰는 데 집중하려 한다. 어린 선수들은 정말 좋아진 것 같다. 앞서 같이 뛸 때보다 성장한 모습에 놀랍기도 하더라.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
-국내 복귀 결정 후 가족, 절친들과 다시 만나게 됐다.
▶부모님은 너무 좋아하셨다. 이전엔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장이 아닌 TV로만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양효진, 김수지는 워낙 친한 선수다. 두 선수가 딱히 말을 많이 하진 않았다. '다시 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같은 팀이 아니라 경쟁이다 보니 큰 감흥은 없었다.
-미국에서 두 달간 전지훈련을 했는데 소회는.
▶대표팀에서 오래 뛰다보니 비시즌 몸을 만드는 기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비시즌 훈련을 처음 해보니 몸이 많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 생각하면서 짜여진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너무 좋았다. 잘 다녀온 것 같다.
-김연경이 없는 대표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
▶세계 배구의 흐름이 스피드를 추구한다. 브라질이나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이 스피디한 배구를 하고 있다. 최근 경기를 보면 '정말 빠르다'고 느낄 정도다. 대표팀도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선 스피디한 배구를 해야 할 것 같다. 감독님도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안다. 하지만 스피드 배구가 하루 이틀 안에 되는 게 아니다. 잘 맞아 떨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실 세대교체라 하기 애매한 상황이다. 30대 베테랑 선수들이 아직 많다. 그 선수들이 팀을 잘 이끌고 어린 선수들이 잘 해준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점과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인사는.
▶'스윗 홈' 아닌가. 한국에서 가장 좋은 건 내 집에서 먹고 자고 하는 것 같다.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것도 좋다. 지난 복귀 때 가장 아쉬웠던 게 팬들과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많은 팬들 앞에서 뛸 기회가 생긴 만큼, 홈구장을 꽉 채워주신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드겠다.
-라바리니 감독과 최근 나눈 대화는.
▶감독님과 만나 식사하면서 올림픽 전 에피소드나 배구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이 아직도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많더라. 장난식으로 '너 광고 찍을 때 나도 같이 찍자' 하시더라(웃음).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으신 분이다.
-최근 후배들에게 해외 진출을 적극 권유했는데, 해외 팀에서 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FA가 되기 위해선 5시즌을 뛰어야 한다. 5시즌을 뛰면 연봉이 올라가는데, 정작 해외에 나가려 하면 고액연봉자로 도전을 해야 한다. 제도를 바꾸기 보다 어린 선수 육성을 위해 구단에서 배려를 해주고, 나처럼 그 선수가 다시 국내로 돌아올 때 친정팀으로 온다면 한국 배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태국 선수들을 보면 주전 선수들이 모두 해외에 나가 있다. 선진리그 경험을 하고 온 선수들이니 그 선수들이 다 합혀진다면 정말 강한 전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쓰면서 강한 전력이 유지되는 것 같다. 해외 진출이 좀 더 활발히 이뤄져 선진배구 경험을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앞으로도 국내에서 계속 뛰게 되는 건가.
▶올림픽을 뛰면서 생긴 팬도 계신다. 직접 배구 관람을 해보지 못한 분도 계신다. 그 분들 앞에서 좋은 모습,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때문에 몸 상태를 끌어 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정한 게 없다. 원하는 방향대로 간다고 하면 계속 국내에 있지 않을까.
-미국 전지훈련 기간 NBA에 도전하는 이현준과 함께 훈련을 했는데 느낀 점은.
▶드래프트에서 실패를 하고도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고, 한국 농구의 미래가 밟다는 생각을 했다. 어리지만 멋진 선수라는 생각을 했다.
홍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