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번 여름이적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바이아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상징과도 같았던 무고사가 '바이아웃'으로 정든 인천을 떠나 일본 J리그 비셀 고베로 이적했고, 경남FC는 '바이아웃' 때문에 여름이적시장에서 윌리안과 에르난데스, 두 핵심 공격수를 잃거나, 잃을 위기에 놓였다. 윌리안은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이적했고, 에르난데스는 인천행을 앞두고 있다. 인천은 '바이아웃'으로 울고 웃었고, 경남은 '또 바이아웃'이라는 볼멘 소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바이아웃'은 선수와 구단이 계약할 때 맺는 조항 중 하나로, 일정 금액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하는 타 구단은 소속 구단과의 협의 없이 바로 선수와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이 '바이아웃'의 세계가 제법 요상하다. 구단과 선수 사이 펼쳐지는 협상 줄다리기 속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된다. 구단은 통상적으로 바이아웃 금액을 높이길 원한다. 핵심 선수일수록 그렇다. 최근 유럽은 경쟁적으로 특급 유망주들의 바이아웃을 올리는데, 최근 재계약을 한 바르셀로나 핵심 미드필더 페드리의 바이아웃 금액은 1억유로(약 1조3500억원)에 달한다. 현실적으로 저 금액을 지불할 팀이 없는만큼, 절대 타 클럽에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셈이다.
그런데 바이아웃 조항이 선수들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되기도 한다. 바이아웃 금액을 낮출 경우, 그만큼 타 클럽 이적이 쉬워진다. 때문에 선수들은 계약서에 바이아웃을 최대한 낮추길 원한다.
이 지점에서 니즈가 맞아떨어질때가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나 전력이 떨어지는 팀은 오히려 바이아웃을 적극 활용해, 선수를 유혹하기도 한다. 서두에 언급한 이적생 세 명이 모두 그런 케이스다. 인천은 2020년 12월 무고사와 재계약을 맺었다. 당시 인천은 팀내 최고 대우를 약속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무고사의 마음을 완전히 살 수는 없었다. 이미 K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한 무고사를 향해 여러차례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었다. 인천은 100만불이라는 바이아웃 조항을 삽입한 뒤에야 무고사와 재계약을 할 수 있었다.
윌리안과 에르난데스는 보다 적극적으로 바이아웃을 활용한 경우다. 윌리안은 광주FC에서 맹활약을 통해 K리그1 정상급 외국인 공격수로 평가받았다. 심지어 이적료도 없었다. FC서울, 울산 현대 등 K리그1 톱팀들이 윌리안에 군침을 흘렸다. 에르난데스도 마찬가지다. 2020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가능성을 보인 에르난데스에게 K리그1 클럽들이 줄을 섰다. 조성환 감독의 요청 속 인천이 가장 적극적이었고, 수원FC, 제주 유나이티드, 수원 삼성 등도 에르난데스를 원했다. 스카우팅 능력으로 정평이 나있는 경남은 발빠른 움직임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재정, 무엇보다 2부리그라는 핸디캡이 있는 경남은 비교적 낮은 바이아웃을 카드로 꺼냈고, 그 덕에 K리그1 팀들과의 경쟁에서 웃을 수 있었다.
바이아웃 덕에 잡을 수 있었지만, 바이아웃은 결국 독이 돼 돌아왔다. 바이아웃은 확실한 투자를 의미하고, 그만큼 무고사, 윌리안, 에르난데스가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물론 이번 이적을 통해 인천이나 경남 모두 수익을 올렸다. 100만불은 무고사 영입 당시 이적료를 감안하면 큰 수익이고, 경남도 투자 대비 상당한 이익을 만들었다. 윌리안은 이적료 없이 데려온 선수라 그만큼 수익이 많았다. 탁월한 안목, 뛰어난 영입술을 통해 얻은 성과다. 하지만 한 시즌을 통으로 망칠 수도 있는, 시즌 중 핵심 선수의 이적이라는 점에서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훨씬 크다.
더 아쉬운 것은 이들을 놓치지 않을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인천도 바이아웃 삭제를 포함한, 추가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경남도 에르난데스와 재계약을 추진했고, 실제 바이아웃 금액을 두 배 이상 올리는 안을 준비했다. 선수와 교감을 마쳤고, 상부의 OK 사인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재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무고사의 예상치 못한 일본행, 이에 따른 에르난데스의 연쇄 이동, 그 과정 속 외국인 에이전트들의 가세 등 여러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구단의 안일함이 빚어낸 결과다. 단순히 불운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