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동료를 믿고 '꾸준히 내 역할만 열심히 하자' 생각하고 있어요."
전북 현대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전반기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전북은 A매치 휴식기 이후 FA컵 포함, 5승1무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멀어보였던 '선두' 울산 현대(승점 43)와의 승점차를 5점으로 줄였다. 또 다시 역전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다. 달라진 전북, 주요 포인트 중 하나는 전술 변화다. 김상식 감독은 지난 시즌 후반기 상승세의 핵심이었던 스리 미들 체제를 다시 가동해 재미를 보고 있다.
키는 단연 '수비형 미드필더' 류재문이다. 앞선의 쿠니모토-백승호-김진규가 번갈아 나서는 가운데, 류재문은 붙박이로 전북의 중원을 사수하고 있다. 최근 6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 중이다. 류재문은 "중앙 수비 앞에서 수비적인 부분, 전방에서 공을 뿌리는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전반기 선수들이 몸이 좋지 않았다. 휴식기 동안 많이 끌어올렸고, 후반기 분위기 전환을 위해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했다.
류재문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한결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무엇보다 공격 전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 시즌 주로 백승호에게 볼을 건냈던 류재문은 최근 혼자서 볼을 전개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패스 성공률도 지난 시즌 84.1%에서 88%로 올라갔다. 류재문은 "주변에서 공을 다 받아주려고 하다보니 줄 때가 더 많아졌다. 쉽게 쉽게 하려고 하다보니 빌드업이 잘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포지셔닝과 수비에서도 좋아진 모습이지만, 김 감독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류재문은 "감독님이 '싸움닭'이 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고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 감독은 류재문에 여러 주문을 하고 있다. 류재문은 "제가 원래 순한 성격이라, 말을 많이 하라 하신다. 가운데서 이탈하지 말고 자리를 지키고, 수비적인 부분에서 더 적극적인 부분을 강조하신다. 그대로 하다보니 경기가 잘 풀리고 있다"고 웃었다.
파트너로 번갈아 나서는 백승호-김진규에 대해서는 "둘 다 축구를 잘한다. 공도 잘차고, 다 잘 맞는다. 눈빛만 봐도 무언가를 만들 것 같은 기대를 주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진섭 맹성웅 등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의 선수들이 대거 영입되며, 류재문의 입지가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다. 류재문은 "전북은 항상 좋은 선수들이 있는 팀이라,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이제 프로 연차가 제법 쌓이다보니 열심히 준비하면 기회가 올거라는 것을 알기에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다.
이제 전북은 제 궤도에 올랐다. 류재문은 "올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내부에서는 분명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경기가 잘 안 풀려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후반기 훈련을 열심히 하면서 우리 스스로 흐름을 바꾸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했다. 류재문은 묵묵히 자기 역할에만 충실할 생각이다. 그는 "우리는 최고의 선수들이 있다. 다른 선수들을 믿고 내 역할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래서 남은 시즌 목표도 '계속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자'로 정했다. 그러면 전북이 분명 좋은 위치에 가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