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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없인 성과 없다, 예견된 '현실의 벽'…그러나 한화는 분명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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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올해도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한화 이글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연패를 거듭하면서 최하위 자리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한때 앞서던 NC 다이노스에 역전을 허용해 이젠 6.5경기 차까지 간격이 벌어졌다. 긴 연패 흐름을 끊어도 연승으로 가지 못한 채 다시 연패를 반복한 결과물이다.

올 시즌 한화의 고전은 예상됐던 부분. 지난 시즌을 마치고 포수 최재훈(33)과 FA 계약을 할 때만 해도 한화는 외부 보강이 유력했으나, 침묵을 유지하면서 도약 기회를 놓쳤다. 지난 시즌 성장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싸우고자 했지만, 전력의 '플러스 알파' 없이는 성장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쪽에 시선이 쏠렸다. 전반기를 채 마치기 전 시점이지만, 이런 우려는 성적이라는 현실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취임 2년차를 맞이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역량이 거론되고 있다. 라인업 구성이나 투수 운영, 작전 등 다양한 부분에서의 판단 미스가 결국 성적 부진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시선. 이런 가운데 최근엔 경기 외적인 리더십에 대한 의문 부호를 떠올리는 목소리도 있다.

'프로는 결과로 증명한다'는 말만 놓고 보면 수베로 감독이나 한화 외국인 코치진들이 지금까지 만든 결과물에 만족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면 한화가 두 시즌 간 얻은 성과는 결코 적지 않다.

지난 시즌 한화는 그토록 염원하던 토종 에이스를 발굴했다. 개막전 선발 자리를 맡겼던 김민우(27)가 풀타임 시즌을 치렀고,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대체 선발 발굴 과정에서 불펜 역할을 맡던 윤대경(28)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한 것도 수확. 불펜에선 김범수(27), 강재민(25)이 필승조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올 시즌엔 정우람(37)의 공백 속에 마무리 보직을 맡은 장시환이 완벽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뒷문 불안을 떨친 가운데, 또 다른 불펜 투수 김종수(28)의 성장도 눈에 띈다. 지난해 독립리그를 거쳐 신고선수로 입단해 화제를 모았던 윤산흠(23)은 최근 불펜 믿을맨으로 거듭나며 또 하나의 '연습생 신화'를 쓰고 있다.

야수 쪽에선 입단 후 꾸준히 기회를 받았던 정은원(22)과 노시환(22)은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팀 타선의 중심으로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좋은 활약을 펼쳤던 최재훈이나 하주석(28), 김태연(25)의 부진은 아쉽지만, 반대로 100타석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박정현(21), 유로결 (22)등 젊은 타자들이 성장하고 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진영(25), 제대 후 잡은 기회를 잘 살린 김인환(28) 등 조금씩 눈에 띄는 선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부임 첫 해 선수 기용과 판정 불만 등 좌충우돌했던 측면이 있었다.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올 시즌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잦은 감정 표현으로 경고를 받아온 주장 하주석이 최근 판정 불만으로 배트와 헬멧을 집어던지고 KBO로부터 출전정기 징계를 받자, 그를 퓨처스(2군)로 내려보내고 징계 기간 후에도 임시 주장 체제를 유지하는 등 리더십 면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베로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년까지다. KBO리그의 한 관계자는 "리빌딩이라는 거창한 타이틀 뒤엔 성적, 육성 등 더 큰 압박감이 숨어 있다. 얽힌 관계 탓에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밖에 없는 국내 지도자보다 수베로 감독은 자유로운 위치고,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며 "리빌딩의 안정적인 전개를 위해서라도 한화가 수베로 감독 체제를 임기까지 이어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과정에 주목해달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리빌딩의 결실은 결국 작은 과정이 오랜 시간 켜켜이 쌓여야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이 단순한 선수 육성과 기량 발전뿐만이 아닌, 팀 문화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KBO리그 관계자는 "'리빌딩 중'이라는 타이틀이 실패를 어느 정도 용인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실패나 패배를 두고 구성원들이 '우린 리빌딩 중이니까'라는 생각을 해선 안된다. 지더라도 상대를 물고 늘어지고, '나는 만만하지 않다'는 투쟁심이나 팀 문화를 선수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