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는 ACL(애리조나 컴플렉스 리그)이 진행되고 있다. 18개팀이 팀당 55경기를 치르는 일정이다.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태양 아래, 어린 선수들이 마이너리그 소속팀에서 메이저리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주로 18세 어린 선수들로 팀이 구성돼 있는데, 리그가 진행될수록 경기 내용이 좋아지는 게 눈에 들어 온다.
변화구에 전혀 대응을 못하던 선수들이 경기 출전이 쌓여가면서 조금씩 적응한다. 난조를 보이던 투수가 제구력이 좋아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며칠 전 경기에선 퍼펙트 경기가 나왔다. 투수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의 투수가 번갈아 던지긴 했지만, 처음 보는 장면이라 흥분이 됐고 기뻤다.
요즘 마이너리그 훈련과 경기 때 눈에 띄는 게 있다. 예전과 달리 번트 연습을 전혀 하지 않는다. 팀이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라고 한다.
경기 중엔 투수 보크를 심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꼼꼼하고 세밀하게 체크해 잡아낸다. 며칠 전 경기에선 양팀에서 총 여섯개의 보크가 나왔다.
한국과 미국야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선수층과 육성 시스템이다.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좋은 선수가 있으면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있다. 이 스카우트가 선수를 계속해서 관찰한다.
선수가 마이너리그에 오면 보통 5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육성 과정을 계획하고 프로그램을 짠다. 한국에선 그런 여유가 없다. 많이 아쉬운 점이다. 고졸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오기까지 5~6년, 대졸 선수는 3~4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이곳 마이너리그에는 시속 95마일(약 153km)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10명 이상 보인다. 이런 선수들이 한국이었다면 1군 경기에 바로 투입 되겠지만, 미국에선 그렇지 않다, 로우A, 하이A, 더블A, 트리플A까지 좋은 투수들이 얼마나 많을까.
가능성과 재능있는 어린 투수들을 마이너리그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게 해 단단한 선수로 키우는 육성 시스템이 많이 부럽다.
한국야구가 두터운 선수층을 확보하고, 시간을 갖고 기다리며, 멀리 보는 육성시스템을 빠른 시일 안에 구축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문 전 야구대표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