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는 단기전 컴플렉스가 있다.
지난 2002년 4위로 시즌을 마친 뒤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것이 단기전을 통해 최종 순위를 끌어올린 마지막 기억이었다.
이후 LG는 10년 암흑기를 털고 2013년 부터 다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하지만 단기전에서는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소위 '광탈'의 아픔만 반복했다. 최근 3년간의 가을야구도 어김 없었다. 팬들의 기대가 컸지만 오래 머물지 못했다.
올해는 달라질 조짐이다. 벤치와 선수 모두 경험을 쌓았다.
그동안 없었던 확실한 투수와 단기전을 지배할 게임메이커도 생겼다.
에이스 케이시 켈리와 FA로 영입한 박해민이다.
28일 잠실 NC전은 미리보는 가을야구라 할 수 있던 상징적인 경기였다.
켈리는 국내 최고좌완 NC 구창모와 선발 맞대결에서 우위를 보이며 5대0 완승을 이끌었다.
지난 3년간의 켈리보다 더 강해졌다. 어떤 상대 에이스와 붙어도 밀리지 않는 포스다. 14경기 10승1패 2.52의 평균자책점. 리그에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은 켈리는 데뷔 첫 20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후반에 더 강한 선수라 기대가 커진다.
이날 경기에서 박해민은 최대 60억원 FA 영입의 이유를 스스로 설명했다. 톱타자로 나서 4타수3안타 1볼넷 3득점 1도루로 펄펄 날았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찬스를 만들고,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런다운에 걸리고도 감각적 주루플레이로 주루사를 도루로 바꿔놓기도 했다. 광활한 잠실구장 외야를 커버하는 수비범위는 결정적 순간 상대팀의 흐름을 끊어놓는다. 그야말로 LG에 꼭 필요한 게임메이커의 탄생이다.
LG 류지현 감독은 28일 NC전을 복기하며 "사실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고민이 많았던 경기였다. 구창모 선수는 모든 것을 다 갖춘, 많은 어려움을 주는 투수가 아닌가. 에이스 맞대결에서는 수비와 주루가 중요했다. 상대의 빈 틈을 파고들었고, 승리로 이어졌다. 최근 타이트한 경기에서 이기는 확률이 높아진 것이 이런 과정들을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과연 LG가 켈리와 박해민 카드를 앞세워 단기전 컴플렉스를 털어낼 수 있을까. 분명한 사실은 무기력했던 예년과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란 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