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지금은 많이 편해졌어요."
정진호(34·두산 베어스) 퓨처스 수비 코치는 '23'이라는 숫자와 남다른 인연을 자랑한다. 현역 시절 그의 등번호는 23번. 2017년 6월7일에는 역대 23번째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정진호가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날의 숫자를 다 더하면 23. 시상식이 열린 2017년 6월16일을 다 더하면 역시 23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정진호 역시 "정말 신기하더라"라고 웃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전체 38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정진호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진행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3년 뒤인 2022년. 정진호는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선수가 아닌 코치로.
2021년 시즌 종료 후 한화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고, 두산이 손을 내밀었다. 정진호는 "막상 그만두려고 했을 때 아직 2~3년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냉정하게 봤을 때 구단 입장에서 20~21살 선수를 키우지 특출나지 않은 35살 외야수를 누가 쓰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생각을 바꾸니 크게 미련도 없다"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정진호는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던 야수지만, 투수 등판까지 한 경험도 있다. 정진호는 "정말 다양하게 해봤던 거 같다"라며 "(사이클링히트는) 그래도 현역 시절 한가지 남겼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현역 시절 달고 뛰었던 23번은 이제 강승호가 달고 뛰고 있다. 정든 번호를 단 후배인 만큼 정진호는 "(강)승호가 잘하고 있다. 그래도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생각보다는 빠르게 시작하게 된 지도자 생활. 선배 코치와 프런트 직원들은 "빠르게 적응하고 있더라"고 입을 모았다. 정진호 역시 "이제 조금씩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마음은 선수 때보다 많이 편해졌다. 그는 "선수 때에는 오늘 한 경기 끝나도 내일 투수에 대해 생각하고 잘하려고 아둥바둥 했다. 잠도 못자고 예민했다. 지금 모든 선수들이 겪는 과정"이라며 "한 타석 한 타석 압박받는 게 없으니 지금은 심적으로 좀 편해졌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몸은 더욱 바빠졌다. 정진호는 "선수 때는 내가할 것만 하면 됐다. 코치는 가장 일찍 나와 가장 늦게 있어야 한다"라며 "알아야 선수를 가르치니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코치님'보다는 '형' 혹은 '선배'라는 단어가 익숙할 수 있는 시기. 정진호는 "선수 때에는 아무래도 부담을 느낄까봐 어린 선수들에게 말을 많이 걸지 못했다. 이제는 먼저 다가가려고 한다"라며 "그래도 선수들이 편하게 잘 다가와준다"고 했다.
편한 만큼, 서로를 존중해주는 지도자를 꿈꿨다. 정진호는 아울러 "선수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하고 싶다. 선수들은 다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이 이니 생각대로 먼저해보고 안 됐을 때 내가 아는 방법도 말해주려고 한다. 무조건 한 방향이 아닌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가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