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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한복판에서 '2000명' 아군을 만났다?…야구 아닌 축제의 현장 [광주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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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22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경기 전부터 3루측 원정 응원석이 부산한가 싶더니, 카키색 전투복으로 뒤덮였다.

이날 열린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전을 찾은 야구팬은 총 8754명. 그중 2000명은 홈팀 KIA가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초청한 광주·전남 지역 군 장병들이었다. 31사단, 3함대 사령부, 제1전투비행단 등 육해공을 총망라한 구성.

KIA챔피언스필드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와 더불어 홈팀이 1루가 아닌 3루 더그아웃을 쓰는 유이한 구장이다. 평일임에도 3루측 홈팀 응원석은 팬들로 가득했다. 이 때문인지 군장병들의 좌석은 원정 응원석 쪽에 배정된 것. 대신 이들의 손에는 KIA를 응원하는 노란색 응원도구가 들려있었다.

초반만 해도 KIA 응원에 여념이 없었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일부 장병들이 눈앞에 있는 롯데 응원단의 흐름에 휩쓸리기 시작한 것.

기껏해야 20대 초반이 대부분일 장병들의 체력은 보는 이의 상상을 초월했다. 연장 10회까지 장장 3시간 59분에 걸친 혈투 내내 이들은 뜨거운 함성과 환호를 그치지 않았다. 남부럽지 않은 응원문화를 지닌 양 팀의 응원을 격렬한 목청으로 소화했다. 이들에겐 야구 관람보단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는 축제의 현장이었다.

야구 경기의 특성상 경기 초반에는 양팀이 공격할 때만 번갈아 응원이 이뤄지지만, 종반 승부처로 접어들면 양팀 모두 공수 무관하게 응원전을 펼치기 마련. 조지훈 단장을 비롯한 롯데 응원단은 이 상황을 예민하게 캐치했다. KIA 투수가 견제구를 던질 때면 울려퍼지는 우렁찬 '마!' 소리는 이곳이 광주인지 부산인지 모를 지경. 입장료를 지불하며 지역 장병들을 초청한 KIA로선 뜻밖의 배신(?)을 당한 셈.

이날 롯데는 중반까지 2-5로 끌려갔지만, 7회초 전준우의 동점 투런포와 연장 10회초 터진 한동희의 결승타를 앞세워 7대5 대역전승을 거두고 대 KIA전 4연패의 고리를 끊어냈다. 적지 한복판에서 만난 국군 장병들의 뜨거운 응원 덕분 아니었을까.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