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너무 도취되면 안될 것 같다."
마치 패장처럼 잔뜩 굳은 표정에 답변은 서너 문장을 넘기지 않았다. 간결하고 직설적인 표현에서 그의 굳은 심지가 느껴졌다. 인천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은 대승 앞에서 오히려 몸을 사렸다. 한번의 승리에 도취돼 다음 경기를 그르칠까 저어한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벌써 다음 경기 플랜이 돌아가고 있다. 조 감독은 "서울전이 다가오고 있어서 오늘 승리에 너무 도취되면 안될 것 같다"며 희미하게 미소를 그렸다가 얼른 숨겼다.
인천이 안방에서 올 시즌 최다 골 승리를 거뒀다. 인천은 22일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17라운드 홈경기에서 강원FC를 상대로 4대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을 추가한 인천은 포항 스틸러스를 끌어내리고 리그 단독 4위 자리에 복귀했다. 외국인 에이스 무고사가 올 시즌 개인 첫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송시우도 후반 추가시간에 추가골을 넣었다.
이날 경기 후 조 감독은 "홈경기에 많이 찾아주신 팬들께 짧은 시간이나마 마음 편한 경기를 보여드리고, 즐거워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어 다행이다. 팬드에게 감사 드리고. 잘 회복해서 다음 서울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 감독은 "오늘 사실 위험한 찬스도 많이 내줬는데, 그런 장면에서 김동헌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잘 버텨줬기 때문에 결국 다득점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수비진을 칭찬한 뒤 "실점 뿐만이 아니라 실점 할 뻔한 장면을 많이 내줬다. 앞으로 그런 장면들을 개선해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인천은 연패가 없다. 조 감독은 이에 대해 "올 시즌에는 뚜렷한 목표 의식과 위기관리 능력에 있어 다른 시즌 보다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조 감독은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한 무고사와 전반 슈퍼세이브 2개를 보여준 김동헌 골키퍼를 칭찬했다. 무고사에 대해서는 "내가 굳이 말로 안해도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정말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쉽지 않은 찬스에서도 골을 만드는 탁월한 감각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고사의 도움 덕에 팀이 현재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헌 키퍼에 대해서는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지만, 확실히 김동헌이 나왔을 때 승률이 높다. 오늘과 같은 활약이 있기에 계속 믿고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굳은 신뢰감을 표시했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