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촌장님처럼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는 선수가 되고 싶다."
'1995년생 장애인 여자역도 막내' 양재원(충북장애인체육회)이 '안방' 아시아선수권에서 국제대회 첫 메달을 목에 건 후 당찬 포부를 밝혔다.
양재원은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 안중체육관에서 펼쳐진 2022평택 세계장애인역도 아시아오세아니아오픈선수권 86㎏ 이하급에서 2차시기 110㎏을 들어올리며 개인 최고기록 순위 3위로 빛나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양재원은 지난해 장애인전국체전에서 대회 신기록과 함께 3관왕에 오르며 대한민국 여자역도의 차세대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4년 전 일본아시아선수권 6위, 지난해 조지아세계선수권 10위를 기록한 양재원은 '안방' 아시아대회에서 눈부신 성장세를 선보였다. 1차 시기 105㎏ 을 가뿐히 들어올렸고, 2차 시기 110㎏에도 성공했다. 3차 시기 자신의 훈련최고기록 112㎏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중국 장 페이페이(132㎏), 요르단 알하자즈(126㎏)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시상식 후 만난 양재원은 "메달을 딸 줄 몰랐다. 안방 첫 국제대회에서 동메달은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첫 국제대회, 첫 메달에 대해 "긴장을 아예 안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무대, 모든 대회를 즐기는 편"이라며 '강심장' 면모를 드러냈다.
2016년 정립회관에서 만난 국가대표 선배 정연실(-73㎏급)의 권유로 역도에 입문한 양재원은 불과 6년만에 아시아 3위에 오르며 폭풍성장을 보여줬다. "정연실 선수가 만난 지 불과 사흘만에 역도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하셨다. 신인선수로 들어갔는데 어느덧 국가대표가 돼 합숙도 함께 하게 됐다. 선배들이 옆에서 정말 잘 챙겨주셨고, 역도라는 종목이 나와 잘 맞았다"며 미소 지었다. "무엇보다 박 훈 대표팀 감독님, 강민숙 코치님 등 지도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선생님들 덕분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선배들도 잘 챙겨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좋은 선배들을 따라하며 많은 것을 배운 덕분"이라며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2016년 80㎏도 채 들지 못했던 선수가 6년만에 110㎏을 거뜬히 들어올리는 아시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향후 기록 목표를 묻는 질문에 양재원은 박 훈 감독이 제시한 '10㎏ 더!'와 정확히 일치하는 수치를 내놨다. "120㎏ 기록으로 세계대회 메달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감독님과는 늘 생각이 같다. 좋은 선수는 지도자 지시를 잘 따라야 한다"고 생긋 웃었다.
미쳐야 미친다. 스물일곱 살, 청춘에게 역도의 의미는 무엇일까. 양재원은 "역도는 내 인생에서 1등이다. 인생의 95%"라고 답했다. "국제대회든 국내대회든 대회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즐겁다. 지도자 선생님들이 자세를 알려주시면 저도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척수장애인인 내게 역도는 재활적으로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뿌듯함도 크다"며 끝없는 역도 예찬론을 펼쳤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하는 '막내 에이스'의 목표 역시 또렷했다. "패럴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이자 소원이다. '역도 레전드' 박종철 이천선수촌 촌장님(1996년 애틀란타,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을 존경한다. 촌장님처럼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한편 이날 같은 종목에 나선 최순정(경남장애인체육회)은 1~3차 시기 합산기록에서 306㎏로 장페이페이(389㎏)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평택(경기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2년 평택 세계장애인역도 아시아·오세아니아오픈 선수권
▶개최일시: 2022년 6월 14~20일(7일간)
▶개최장소: 경기도 평택시 안중체육관
▶참가규모: 전세계 29개국 373명(선수 264명, 임원 109명)
▶참가종목: 남녀 벤치프레스 각 10체급, 혼성단체전 3경기
*4년 주기 아시아, 오세아니아 대륙선수권. 1년 연기된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및 2024년 파리패럴림픽 출전자격 획득을 위해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대륙 선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