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데뷔 25년 차 흔들림 없이 정도의 길을 걷고 있는, 외유내강의 인간화인 배우 박은빈(30)이 '마녀' 유니버스로 변화에 나섰다.
액션 영화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 박훈정 감독, 영화사 금월 제작)에서 소녀(신시아)를 지키는 자 경희 역을 소화한 박은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마녀 2'에 합류하게 된 과정부터 시리즈에 쏟은 애정과 노력을 고백했다.
'마녀 2'는 한국 영화계 불모지로 여겼던 여성 액션 장르를 전면에 내세워 318만명을 동원, 흥행 신기원을 쓴 '마녀'(18, 박훈정 감독)의 4년 만에 돌아온 후속편이다. 전편에 이어 '장르 영화 마스터'로 불리는 박훈정 감독과 오리지널 제작진이 합류한 '마녀2'는 더욱 거대하고 확장된 세계관을 담은 후속편으로 6월 관객을 찾았다.
특히 '마녀 2'에 새로 합류한 박은빈은 우연히 만난 소녀의 도움으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고 또 갈 곳 없는 소녀를 남동생 대길(성유빈)과 함께 사는 농장으로 데려와 가족처럼 보살피는 캐릭터로 활약, 소녀의 유일한 조력자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범한 능력을 가진 소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호의를 베풀어주는 인물로 변신한 박은빈은 특유의 따뜻한 감성과 진정성 있는 연기로 스토리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다.
이날 박은빈은 "요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촬영에 매진하고 있어서 계속 시간을 못 내다가 어제(17일) 영화를 보게 됐다. 그동안 박훈정 감독에게 연락받기도 했고 모두가 홍보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해 미안했다. 그 속에서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내내 궁금했다. 시사회 이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드라마 현장에서 계속 들었는데 내가 출연했음에도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고 기대를 많이 했다. 어제는 관객으로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 갔는데 극장에서 사람들이 많아서 너무 감사하기도 했고 관객으로서도 재미있게 관람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마녀2'를 보고 관객이 캐릭터와 스토리 등 여러 상상을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출연을 잘한 것 같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친구들이 내게 감상평을 남겨줬는데, 이를테면 액션이나 잔인한 장면에 무서움을 가지고 있는 친구도 내가 나오니 안정감을 가졌다고 하더라. 내가 영화 속에서 잠시 숨 쉴 틈을 준 것 같다. 박훈정 감독의 시간 속에서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닌 것 같다. '마녀2'에서 경희가 보여준 게 아직 없어서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13, 장철수 감독)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을 컴백하게 된 박은빈은 "사실 컴백작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이 작품에서 특별히 참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녀2'를 함께 해서 즐거웠고 다른 배우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하고 굉장히 잘했더라. 많이 만나면 칭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 '마녀2' 캐스팅 제안을 받고 뒤늦게 '마녀'를 보게 됐다. '마녀'를 보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구나' '속편 제작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전편이 있었기 때문에 '마녀2'에서 기대감을 충족해야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역할 적으로 부담을 가질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최선을 다한다면 전작의 영광을 조금이나마, 한 스푼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녀' 팬들이 보내주는 작품의 기대가 상당했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고 마음을 전했다.
'마녀2'에 합류한 계기도 솔직했다. 박은빈은 "처음 박훈정 감독을 만났을 때 '왜 경희 캐릭터에 나를 생각했느냐?'라며 물어봤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센 느낌의 악역이 아닐까?' 기대하기도 했고 전편 '마녀'를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 능력치를 가진 새로운 인물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내게 주어진 역할은 너무나 현실적인, 그리고 입으로만 액션을 하는 캐릭터다. 욕설 연기도 모두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웃었다.
그는 "악착같이 빼앗기지 않으려는, 생존을 위한 앙칼진 욕설 정도였다. 이런 캐릭터 속에서 '마녀2'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박훈정 감독이 '마녀2'는 초현실적인 부분도 있어서 경희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했다. 초현실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인간적인, 또 안정적인 연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실에 발을 붙이는 이야기가 되려면 현실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이러한 박훈정 감독의 섬세한 유인에 '마녀' 유니버스에 합류하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녀2'를 통해 악역을 기대했다는 박은빈은 "꼭 악역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사실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다. 배우로서는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고민인 것 같다. '마녀2'의 내 모습을 보면서 관객이 안심하고 보지 않나?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심이 있다. 영화 중반에 소녀를 의심하기도 했지만 다시 정도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느꼈지만 악의 본성을 거스를 수 있는 착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경희 캐릭터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밝혔다.
JTB '청춘시대' 시리즈 이후 SBS '스토브리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KBS2 '연모'까지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시청률 퀸'에 등극한 박은빈. 자신을 향한 높은 기대치와 흥행 부담감에 대해서도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박은빈은 "사실 '대세' 수식어가 붙은 지 얼마 안 됐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에서 흥행을 겪게 돼 실감을 못 하고 있었다. 지난해 '연모'를 통해 'KBS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받았고 곧바로 '마녀2' 현장에 갔는데 정말 많은 축하를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상을 받은 것도 어제까지 내가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마침표를 찍어준다고 생각해 스스로는 크게 마음에 두지 않으려고 했다. 다음날 바로 다른 현장, 다른 캐릭터로 새롭게 살아가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크게 들뜨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소신을 전했다.
또한 30대를 맞이한 박은빈은 "30대라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20대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작품을 통해 되돌아본 것 같다. 30대가 되고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어제와 같은 내일을 보낸 것 같다. 크게 나이에 대한 생각은 안 하지만 다만 관념적으로 지금 내 나이에 보여줄 수 있는 예쁜 역할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로맨스 장르를 좀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고백했다.
'마녀 Part2. The Other One'는 초토화된 비밀연구소에서 홀로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소녀 앞에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를 쫓는 세력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진구, 성유빈, 그리고 조민수, 이종석, 김다미 등이 출연했고 전편에 이어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나무엑터스,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