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우익수 나성범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창원 NC파크의 친정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쉬운 수비 하나 때문에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큰 거 한 방으로 단숨에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1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나성범은 3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3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4대2 역전승을 이끌었다.
2012년 입단 후 작년까지 9년동안 몸 담았던 친정팀과의 원정경기다. 여전히 마음가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NC팬에게도 나성범은 그리운면서, 동시에 서운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나성범의 이름이 박힌 NC 유니폼을 들고 붉은 색으로 물든 KIA 응원단 한가운데서 나성범을 응원하고 있는 NC팬의 애틋한 모습이 모든 걸 말해줬다.
경기는 돌아온 에이스 NC 구창모와 스무 번째 생일을 맞은 KIA 이의리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우익수 나성범의 기록되지 않은 실수 하나가 0-0의 팽팽한 흐름을 깼다. 5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권희동의 타구가 우익수 오른쪽으로 날아갔다.
나성범이라면 잡아줬어야 할 타구. 그런데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타구를 확실하게 따라붙지 못했다. 나성범이 몸을 날리며 자신없이 뻗은 글러브를 스친 타구는 그대로 뒤로 빠졌다.
넘어진 나성범은 다시 한 번 균형을 잃었다. 글러브까지 내팽개치고 공을 잡으러 달려갔지만 권희동은 3루까지 진루했다. 이후 손아섭의 2루타까지 나오며 NC가 2점을 먼저 뽑았다.
1루쪽 친정팬 바로 앞에서 보인 굴욕. 나성범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7회초 이창진의 솔로포로 KIA가 1-2로 따라붙었다. 이어 박찬호와 김선빈이 볼넷으로 나가며 만들어진 2사 1, 2루 찬스. 나성범은 기다리지 않았다. 김영규의 초구 속구를 망설임 없이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다.
징계를 끝내고 복귀한 3루수 박석민 앞으로 달려가는 나성범. 숙일 수밖에 없었던 나성범의 고개가 다시 빳빳하게 세워졌다. 자신의 생일을 맞아 씩씩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던 이의리에게 진 마음의 빚도 이자까지 두둑하게 넣어서 갚아 버렸다.
애제자 이의리의 생일날 승리 선물을 예약해 준 나성범을 서재응 투수 코치가 누구보다 열렬하게 환영했다. 나성범의 역전 3점 홈런으로 KIA는 4대2로 승리했다. 승리투수가 된 이의리는 2년 연속 자신의 생일날 등판해 승리를 거두는 깨알같은 '비공식 감성기록'도 챙겼다.
원정 응원을 온 KIA팬에게는 짜릿함을, 나성범을 아직 잊지 못한 NC팬에겐 아쉬움과 일말의 뿌듯함을 동시에 안겨준 나성범은 다시 광주로 이동해 삼성과의 홈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