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여성 환자가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환자는 허리가 아프지는 않지만 엉덩이와 허벅지가 당기고, 무릎 아래에서 발가락까지 저리고 시리다며 고통스러워했다.
"증상이 언제부터 나타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져요. 대체 무슨 병이죠?"
증상으로는 척추관 협착증이 의심되었다. MRI 검사를 해보니 예상했던 대로 척추관 협착증이 분명했다.
척추관은 척추의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이다. 이 통로가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이 바로 '척추관 협착증'이다. 주로 움직임이 가장 많은 허리뼈 4번과 5번 또는 허리뼈 5번과 꼬리뼈 사이에서 잘 발생한다.
척추관 협착증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척추공 협착증'도 있다.
척추공은 팔이나 다리로 가는 신경가지가 척추뼈로부터 빠져나오는 구멍을 말한다. 척추뼈 양쪽 사이에 있는 이 척추공이 좁아지는 것이 '척추공 협착증'이다.
척추관 협착증이 주로 노화로 인해 척추뼈와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발생하는 반면 척추공 협착증은 디스크가 손상되거나 신경에서 발생한 염증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척추관 협착증과 척추공 협착증은 원인과 증상이 조금 다르지만 큰 맥락은 비슷해 구분 없이 척추관 협착증이라 부르기도 한다.
많은 분들이 척추 질환이라고 하면 허리디스크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척추관 협착증 역시 허리디스크만큼이나 흔하다. 다만 척추관 협착증은 대부분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어서 허리디스크 환자보다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증상은 비교적 허리디스크와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편이다. 허리디스크도 통증이 다리까지 뻗치지만 대체적으로 허리가 아프다. 반면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보다는 다리, 발목 등 하반신에 통증이 몰리고 양쪽 다리가 모두 저리고 아픈 증상이 흔하다. 걸을 때마다 하지 방사통이 심해져 앉아서 쉬거나 몸을 웅크리면 통증이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허리디스크는 앉으면 척추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통증이 심해진다.
일단 척추관 협착증이 의심되면 가능한 한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이다. 척추관 협착증을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도 좋아질 수 있지만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점점 증상이 심해져 보존적 치료를 해도 별 차도가 없기 때문이다.
증상이 심해져 보존적 치료로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먼저 '신경성형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신경성형술은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법으로 특수 카테터를 척추관과 연결된 꼬리뼈에 삽입한 뒤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제거한다. 절개를 하지 않고 작은 구멍만 내고도 시행할 수 있어 출혈이 거의 없고, 흉터도 남지 않는다. 또한 국소 마취 상태에서 시술하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안전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시술시간도 20분 내외로 짧고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빨라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이처럼 척추관 협착증이라도 초기에는 보존치료나 비수술적 치료만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악화되어 잘 걷지도 못하고, 통증이 극심해지고 감각이 마비되는 신경학적 장애가 보이면 수술 외에는 답이 없다. 그러니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면 무작정 참지 말고 병원을 찾아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기를 바란다. 도움말=목동힘찬병원 김민규 원장(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