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국 축구가 연령을 가리지 않고 일본을 만났다 하면 참사를 당하는 현실과 맞닥뜨렸다.
'레전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이하(U-23) 대표팀이 12일(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파흐타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0대3으로 충격패했다.
전반 22분 스즈키 유이토(시미즈)에게 프리킥으로 선제실점한 황선홍호는 후반 20분 호소야 마오(가시와)에 추가실점한 뒤 35분 스즈키에게 또 한번 골을 헌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내용과 결과를 모두 놓친, 문자 그대로 참패다. 한국이 23세이하 레벨에서 일본에 '무득점 3실점' 이상으로 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U-23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한 것도 최초다.
'한일전 0대3'은 어느새 국내 축구팬에게 친숙한 스코어가 되어버렸다. 이날 경기는 자연스레 지난해 3월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펼쳐진 일본과의 A대표팀 친선전을 소환했다. 당시 벤투호는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0대3으로 패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오랜기간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불과 나흘 전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17세이하(U-17) 대표팀도 일본 유어텍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년 U-16 인터내셔널 드림컵에서 0대3 스코어로 패했다. 1년 3개월 사이 성인대표팀, 23세이하 대표팀, 17세이하 대표팀이 일본을 만나 하나같이 0대3으로 패하는 전인미답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번 23세 대회에서의 패배는 그중에서도 심각하다. 상대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 대비해 이번 대회에 2살 어린 21세이하 선수로 꾸렸다. 한국이 주요 23세이하 자원을 소집할 수 없었고,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건 일본 앞에선 핑계에 불과하다.
황 감독은 준우승 신화를 쓴 2019년 U-20 월드컵 멤버와 최근 1~2년 사이 프로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신성들로 이번 대표팀을 꾸렸다. 조별리그에서 다양한 조합을 실험했던 황 감독은 중요한 일본전에선 수비형 미드필더를 따로 두지 않고, 공격수 양현준(강원)과 수비수 김현우(울산)를 첫 선발 투입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황 감독은 경기 후 "선발라인업, 경기콘셉트 등은 모두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특급 유망주들의 더딘 성장도 한일전 참사를 통해 재확인했다. 특히 20세 월드컵 8강 일본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오세훈은 이날 번번이 헤더 찬스를 날렸다. 반면 소속팀 동료인 스즈키는 두 번의 기회를 살렸다. 개개인의 실력차가 타슈켄트 대참사를 빚어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