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2022년 6월, 한국 축구는 '손흥민(30·토트넘) 시대'에 살고 있다.
A매치 4연전, 대한민국은 손흥민 덕에 들끓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골든부트(득점왕)'는 결코 무늬가 아니다. 2021~2022시즌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무려 23골을 터트렸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어깨를 나란히 한 그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골든부트'를 거머쥐었다.
후폭풍은 한국 축구의 환희였다. 2일 브라질과 맞닥뜨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6만4872명이 운집했다.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도 손흥민에게 '경의'를 표했다. 6일 대전에서 열린 칠레전에도 4만여석이 매진됐다. 손흥민은 이날 한국 선수 역대 16번째로 A매치 100경기 출전 기록을 달성하며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18세였던 2010년 12월 시리아와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한 그는 12년 만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손흥민은 A매치 100경기에서 자축포까지 터트리며 펄펄 날았고, 칠레를 2대0으로 제압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없는 한국 축구는 어떤 그림일까.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환희는 20년 전 그림이다. 그 때 손흥민은 없었다. 주장 홍명보(울산 현대 감독)를 비롯해 박지성(전 맨유)이 이룬 작품이다. 손흥민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더 큰 기쁨으로 한국 축구를 미소짓게 하고 있다.
토트넘 출신인 이영표 강원FC 대표는 "아시아 선수가 EPL 득점왕에 오른 것은 인류가 달에 간 것만큼 엄청난 사건이다"며 "손흥민의 23번째 골은 아시아 역대 최고 선수를 공식화한 것이다. 200년이 지나도 그 기록은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6월 A매치가 '손흥민의 잔치'로만 들썩이는 데는 또 다른 물음표로 남는다. 손흥민도 그 지점에서 아픔이 있다. 그의 축구인생의 첫 머리는 '겸손'이다. 손흥민이 없는 6월 A매치, 서울은 물론 대전도 만원 사례를 기록했을까.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축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니다. 손흥민이 EPL에서 최다 합작골을 달성한 데는 해리 케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미래가 더 중요하다. 대한축구협회가 2002년 한-일월드컵 2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포스트 손흥민'은 없었다. 손흥민의 소장품만 2250만원(유니폼 650만원, 축구화 1600만원)에 판매됐을 뿐이다.
손흥민의 센추리클럽 가입은 현역 생활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는 다음달이면 만 30세가 된다.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6일 전 세계 축구 선수 가운데 가장 가치가 높은 100인을 공개했다. 손흥민은 88위에 이름을 올렸다. 5290만유로(약 710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다. 100위 안에 포함된 아시아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다.
고작 88위가 아니다. CIES는 선수의 나이를 비롯해 경기력, 소속 클럽의 경제적 가치, 예상 이적 가치 등을 종합해 몸값을 산출한다. 37세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와 35세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는 아예 100위 안에 없다. 손흥민도 어느덧 세계 축구에서도 '고참'이다.
한국 축구가 손흥민 이후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또 다른 지혜가 필요하다. 축구는 손흥민이 은퇴한 이후에도 계속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