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상대가 잘 치는 건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빨리 잊어야한다."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21)은 올해 유독 잦은 좌절을 겪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지난해와는 다른 행보다.
2021년 최준용은 구승민(32) 김원중(29)과 합을 맞춰 철벽 뒷문을 구축했다. 투수력이 좋지 않은 롯데가 시즌 막판까지 5강 싸움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블론세이브는 2번, 패전 기록도 2번 뿐이다. 블론이 패배로 연결된 날이 하루 있으니, 통상적 의미의 구원 실패는 단 3번 뿐이었다.
올해는 개막 2달만에 벌써 블론 2번을 채웠다. 패전은 벌써 4차례다. 부상으로 빠진 김원중 대신 마무리를 맡았지만, 5월 들어 다시 필승조를 오가는 혼란 속에 폼이 흔들렸다.
특히 지난달 2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타선이 무사 만루 끝내기 찬스를 놓치자 그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 결과 이정후에게 결승 3점포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31일 LG 트윈스전에는 달랐다. 9회초 등판해 1이닝 1볼넷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짓고 11세이브째를 올렸다. 6연패를 끊어낸 경기였다.
7-2로 앞서던 롯데가 막판 추격을 허용하며 7-5까지 쫓긴 상황. 첫 타자 홍창기부터 시작되는 까다로운 타순이었지만, 볼넷 하나만 내줬을 뿐 깔끔하게 승리를 지켜냈다. 최고 150㎞의 구속도 되찾았다.
팀내에서 최준용이 믿고 의지할만한 선배 역시 구승민과 김원중이다. 그중에서도 구승민은 김대우(38)가 없는 지금, 당당한 롯데 1군 최고참 투수다.
불펜 에이스로의 존재감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올해 25경기에 출전, 20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77. 1패 6홀드의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후배들을 다독이는 베테랑으로서의 역할까지 주어졌다.
경기에 앞서 만난 구승민은 6연패의 압박감을 부정하진 않았다. 그는 "선수들이 더 잘하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흔들리는 것 같다. 원래 안좋을 땐 다 내 잘못 때문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지금은 (컨디션이 좋은)내가 버텨주고, 난 다른 선수들 컨디션이 올라왔을 때 쉬면 된다"고 덧붙였다.
"맞을 수도 있다. 불펜 투수는 위기에 올라오니까.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 그 경기를 빨리 잊어야한다. (선발은 5일 휴식 후 나가지만)불펜은 그 다음날 또 던질수도 있다. 잘 던지고 못 던지고를 떠나서 리셋할줄 알아야한다. (최)준용이가 힘들어할 때 항상 해주는 얘기다. 어릴땐 나만 잘하면 됐는데, 이젠 후배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구승민은 롯데 역사상 첫 2년 연속 20홀드에 빛나는 선수다. 베테랑 불펜의 노하우는 뭘까. 그는 '경기 보는 눈'을 꼽았다.
"내가 나갈 타이밍을 알고, 타선을 보면서 어떻게 승부할지를 떠올려야한다. 포커스를 잘 맞춰놓으면 막을 수 있는 확률이 많이 올라간다. 생각은 올라가기 전까지 많이 하고, 올라간 뒤엔 던질 뿐이다. "
구승민은 "1위팀 2위팀 3위팀 이렇게 상대를 의식하면 더 몸에 힘이 들어간다. 연패가 있으면 연승도 있는 법이다. 각자 자기 할일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이날 선발 이인복이 잘 던지고, 외국인 타자 피터스가 5타점을 올린 롯데는 LG를 꺾고 6연패를 탈출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