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사실 불안하다."
31일 잠실구장. 이날 두산 베어스전에서 스리런포 포함 4타점을 기록한 황대인(26·KIA 타이거즈)은 이렇게 말했다.
올 시즌 황대인의 발걸음엔 거침이 없다. 49경기 타율 2할8푼6리(182타수 52안타), 8홈런 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4로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개막 두 달여 만에 8개의 아치를 그리면서 지난해 기록한 홈런 커리어하이 기록(13개)에 근접하고 있다. 타점 부문에선 한유섬(SSG 랜더스·45점)에 이은 2위다. KIA 김종국 감독은 최근 선발 라인업에 황대인을 4번 타순에 배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대인은 "사실 최근 내 생각보다 더 잘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불안한 감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오늘 결과는 오늘로 끝내고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분명 지금의 타격감이 꺾이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장타 툴을 갖춘 황대인은 일찍이 KIA의 차세대 거포로 낙점됐던 타자. 2015년 2차 1라운드 입단 후 오랜 기간 자리를 잡지 못했으나, 지난해부터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올 시즌엔 주전 1루수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다.
황대인은 "작년에 플래툰으로 기용돼 막판에는 선발 라인업에도 포함되는 등 좋은 경험을 한 게 올해 이어지는 것 같다"며 "아직 내가 팀의 4번 타자라기 보다는, 4번째로 나서는 타자라고 생각한다. 팀에 워낙 좋은 선배들이 많은데, 운 좋게 4번 자리를 맡는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4월엔 그저 살아남으려 공을 맞추기에 급급했다. 감독님이 항상 '삼진돼도 좋으니 후회없이 (배트를) 돌리고 오라'고 말씀하신다. 시즌 초반에 6~7번 역할을 맡겨주시다 최근 4번 자리까지 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김종국 감독에게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대인은 시즌 초반 타격 부진에도 항상 밝은 표정을 이어가며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황대인은 "내가 못 쳐서 진 경기가 많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컸다. 하지만 내가 시무룩하면 팀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밝은 표정을 유지한 비결을 밝혔다. 그는 "항상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김선빈, 나성범, 소크라테스, 최형우 등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많이 배우고 있다"며 "1년 내내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단은 지금을 즐기려 노력하겠다"고 미소 지었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