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심상치 않은 한승혁의 페이스.
KIA 타이거즈는 4월 부진을 떨치고 5월 대반전 드라마를 쓰며 리그 4위로 점프했다. 27승22패 승률 5할5푼1리로 3위 LG 트윈스와는 고작 반 경기 차이다.
션 놀린, 로니 윌리엄스 두 외국인 투수가 부상으로 거의 개점 휴업 상태였던걸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김종국 감독은 "국내 선발 투수들이 잘 버텨줬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그 중심에는 돌아온 한승혁이 있었다. 지난해 8경기 3패에 그쳤지만, 비시즌 5선발 경쟁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그리고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월 4경기 5선발이라고 하기에는 압도적인 피칭을 해줬다. 4월 7일 한화 이글스전 5⅔이닝 2실점(1자책점), 4월 19일 두산 베어스전 5이닝 1실점, 4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전 7이닝 2실점, 4월 30일 삼성 라이온즈전 6이닝 2실점이었다. 1승밖에 거두지 못한 게 오히려 안타까울 정도였다.
5월 초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졌다. 지난 6일 한화 이글스전 6이닝 2실점(1자책점) 호투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하지만 이후 페이스가 좋지 않다. 실점이 점점 늘어나고있다. 특히 18일 롯데 자이언츠전 1⅔이닝 5실점 조기 강판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29일 SSG 랜더스전에서 다시 한 번 2⅔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시즌 첫 화-일요일 등판 스케줄을 버텨내지 못했다.
한승혁은 2011년 큰 기대 속에 KIA에 입단했다.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뿌리는 파워 피처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프로 데뷔 후에는 주로 불펜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제구 불안으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2018년에는 대체 선발로 기회를 얻어 7승을 거두는 등 나름대로의 성과도 있었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이듬해 군대에 가게 됐다.
그리고 올해 선발 경쟁을 이겨내며 1292일 만에 감격의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는 탓인지,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게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감독도 이를 잘 안다. 김 감독도 한승혁의 로테이션을 걸러주며 휴식을 주려 했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으로 모든 게 꼬여버렸다. 놀린은 종아리 부상으로 최소 2개월 진단을 받았다. 먼저 빠져있던 로니가 합류하고 놀린이 멀쩡했다면, 기존 선수들에게 숨 쉴 틈을 줄 수 있었는데 이제는 토종 선발들이 어떻게든 버텨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승혁 뿐 아니라 체력 관리가 필요한 임기영도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김 감독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2군에서 대체 선발 요원들을 준비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한승혁이 떨어진 페이스를 다시 올려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