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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보겠다" 이학주→김지찬, 또 한번의 통 큰 결단...반등 이끈 14년 차 베테랑 내야수의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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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김상수(32)가 돌아온 날, 삼성은 8대4 짜릿한 역전승으로 5연패에서 탈출했다.

베테랑 내야수. 연패 탈출의 중요한 고비에서 그는 2루수가 아닌 3루수로 등장했다.

김상수(32)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즌 6차전에 7번 3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안타는 하나 뿐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터졌다.

6회까지 2-4로 끌려가던 삼성. 6연패 암운이 드리웠다. 침체된 타선과 LG가 자랑하는 막강 불펜을 감안하면 희망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7회 드라마가 벌어졌다.

무사 만루에서 폭투→구자욱의 동점타→이원석의 역전타가 이어졌다. 5-4 역전.

하지만 김태군의 투수 땅볼이 1-2-3 병살타로 이어졌다. 흐름이 끊기는 듯 한 순간.

김상수가 있었다. 이어진 2사 2, 3루에서 리그 최강불펜 정우영의 154㎞ 투심 패스트볼을 2타점 중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7-4 점수 차를 벌리는 쐐기타. 김상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감도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4년 전 첫 FA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한 올 시즌.

시작부터 꼬였다. 개막 직후 컨디션 문제로 빠진 일주일 이후 정상 리듬을 찾지 못했다.

극심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타율이 1할대에 그쳤다. 설상가상 예기치 못한 옆구리 부상까지 찾아왔다.

지난달 28일 부터 무려 한달 공백이 이어졌다. 이날은 무려 32일 만의 복귀전이었다.

재활을 하고 1군 복귀를 준비하는 동안도 편치 않았다. 후배 김지찬이 공-수 맹활약 속에 2루수에 자리를 잡았다.

13년 전인 2009년 경북고를 졸업한 최고 유격수 김상수는 1차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슈퍼루키. 당대 최고 유격수 박진만을 다른 포지션으로 밀어낼 만큼 그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김상수는 2019년 미국 유턴파 동기생 이학주의 입단으로 10년 간 정들었던 유격수 자리를 양보했다. 충분한 실력이 있었지만 팀을 위한 최상의 조합을 위해 통 크게 양보했다. 그리고 특유의 감각적 수비로 빠르게 새 포지션에 안착하며 리그 최고 2루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3년 만인 올시즌. 팀 전력의 극대화를 위해 또 한번 포지션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없어서는 안될 공격 옵션이 된 김지찬에게 최적 포지션은 유격수가 아닌 2루수란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팀을 위해 헌신해온 베테랑 내야수. 3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됐다. 자신의 문제가 아닌 동료 선수의 최적 포지션 문제로 포지션을 이동해야 할 상황. 야구인생에 또 한번 찾아온 변화의 기로였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김상수의 복귀 전 3루수 겸업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는 반드시 선수와 상의해야 할 문제"라며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감독이 하라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선수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그는 또 한번 팀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다. 3루수 등 포지션 확장을 통해 벤치의 선택지를 늘려주기로 했다. 실제 그는 복귀 첫 경기를 2루수가 아닌 3루수로 돌아왔다. 김지찬이 경기 중 빠진 뒤 2루수로 옮긴 그는 9회 멋진 슬라이딩 캐치로 여전한 최고의 2루수비 능력을 보여줬다.

복귀 첫날 연패를 끊으며 돌아온 김상수. 그의 희생이 있어 삼성이 전력을 극대화 하며 반등의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기분 좋은 복귀전을 치른 김상수는 "3루수로 정말 오랜만에 뛰었다. 퓨처스팀에서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며 "앞으로 2루수만 생각하기보다 3루수, 유격수도 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그래야 팀과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