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2차 8라운드 79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선수가 KBO 통산 1호 홈런을 기록하는 데까지 기다린 시간은 무려 6년이다.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만루포로 날린 순간 타자는 배트를 던진 뒤 자신도 모르게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펼쳐진 25일 대전 이글스파크. 선발 출장을 앞두고 경기 전부터 포수 박상언은 구슬땀을 흘려가며 훈련에 집중했다.
주전 포수 최재훈의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박상언은 드래프트에서 후순위로 지명된 선수지만 성실한 태도로 자신의 야구를 하고 있는 선수다. 수베로 감독은 안정감 있는 리드와 포구 능력을 갖춘 박상언에게 기회를 줬다.
9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한 박상언은 부상에서 돌아온 카펜터와 남지민, 김종수, 윤산흠 4명의 투수들을 안정감 있게 리드하며 두산 타선을 9회까지 1실점으로 막아냈다.
수비 능력에 비해 타격이 풀리지 않았던 박상언. 경기 전 시즌 타율은 0.125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박상언은 첫 타석부터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렸다. 경기 전 만난 홈런 타자 양석환에게 들은 조언이 효과가 있었는지 1할 타자의 스윙 같지 않았다. 양석환과 박상언은 상무 시절을 함께 보낸 후임과 선임 사이다. (나이는 박상언이 6살 어리지만, 입대를 빨리해 선임)
4회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선 박상언은 두산 선발 최승용의 140km 직구를 힘껏 당겨쳐 안타를 기록했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나오자 자신감이 붙은 박상언은 6회 2사 만루 찬스 때 두 번째 타석을 맞았다.
투수는 우완 박신지로 바뀐 상황에서 박상언은 초구 122km 슬라이더를 고른 뒤 2구째 144km 직구에 헛스윙하며 볼카운트는 1B 1S. 만루 위기에서 박신지의 선택은 슬라이더였다. 투수의 손을 떠난 3구째 126km 슬라이더가 가운데 한복판에 몰리자 박상언은 기다렸다는 듯이 배트를 돌렸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타구가 좌익수 쪽으로 날아가자 박상언은 홈런을 직감한 듯 멋진 게 배트 플립을 한 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 홈런 한 방을 위해 6년을 기다린 타자는 베이스를 돌며 또 한 번 환호했다.
박상언이 더그아웃 앞에 들어서자 동생들이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노시환과 정은원은 홈런 세리머니 소품을 형에게 건넸고, 매번 동료들이 하는 홈런 세리머니만 지켜봤던 박상언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프로 데뷔 첫 홈런의 기쁨을 만끽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