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공연길이 열리면서 대형 가요기획사 엔터테인먼트 관련주(엔터주)가 리오프닝(경기 활동 재개) 수혜주로 전망됐지만, 기대만큼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이브는 전 거래일보다 2.28% 하락한 21만 4500원으로 장을 끝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이하 SM)는 전 거래일보다 0.59% 하락한 6만 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YG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 이하 YG)는 1.27% 하락한 5만 4400원, JYP엔터테인먼트(JYP ent, 이하 JYP)는 1.48% 하락한 5만 3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해외 콘서트 재개로 엔터주가 '리오프닝 맛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봄날은 아직인 모양새다. 올 초 급락했던 엔터주는 리오프닝 기대감으로 잠시 들썩이기도 했지만, 탄력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엔터 4사의 지난 3월(3월 1일~4월 1일) 평균 주가 상승률은 15.5%를 기록, 봄날이 예견됐다. 이는 해당 기간 코스피 수익률 1.5%, 코스닥 수익률 6.8%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이다. 그러나 거리두기 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4월 18일부터 지난 26일까지 주가 등락률을 살펴보면, 하이브 -27.04%, YG -15%, JYP -15.93%, SM -12.44%이다. 오히려 오프라인 공연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시기에 엔터주가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긍정적 예상과 달리 흐릿해진 엔터주 상승률을 두고, 여러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불확실성이 꼽힌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 입대, SM은 매각이슈, YG는 활동 미지수 등으로 속앓이한다는 것이 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하이브 실적 의존도는 절대적으로 높다. 이에 입대로 인한 방탄소년단 '군백기'는 실적에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M은 최대 주주 문제가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는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다.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의 지분매각 이슈가 막바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큰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있는 만큼, 불확실한 요인이 투자 심리를 얼어 붙인다고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감사 인사를 선임하자, 주가도 8만원대를 넘겼다.
YG는 아티스트의 컴백이 예고돼도, 실제 컴백 시기가 예상과 다른 적이 많다는 점이 고려되고 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공백기가 길다는 점도 실적에 걸림돌이 된다고 봤다. 실적 기여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블랙핑크만 해도 완전체 활동이 2년 동안 없었다. 또 빅뱅이 컴백했지만, 실적으로 이어지는 공연이나 실물 음반 판매 등이 부재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성또 다른 외부적 요인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성장주 대부분이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유진투자증권 이현지 선임연구원은 "아무래도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매크로 환경이 주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내부적 요인에 대해서는 아직 해외 공연이 부분적이고, 코로나 이전만큼의 공연 활기를 되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이 연구원은 "공연길이 열리고는 있으나 실제로 아티스트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은 북미, 한국 등 일부 지역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국마저도 거리두기 상황에서 공연을 제한적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 공연이 대부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이들 지역은 K팝 엔터사 실적 기여에 중요한 시장이다. 이 연구원은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이 열리는 시기는 하반기이고, 대부분의 공연 스케줄이 하반기에 몰려있어 기대감 대비 실제로 보여진 성과는 일부 아티스트에 불과하다"고 봤다.
지난달 6만 6200원으로 최고가 신고를 경신하며, 리오프닝 수혜로 가장 먼저 활짝 웃은 JYP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증권가 의견이다. JYP 소속 트와이스는 올해 2월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해, 북미 5개 도시에서 9회 공연을 선보여, 약 12만 명 규모의 관객을 모았다. 스트레이 키즈도 오는 6월부터 북미 8개 도시에서 12회 공연을 연다. 이 연구원은 "JYP 주가가 SM, YG 대비 먼저 상승한 것도 북미 시장에서 공연이 가능한 아티스트가 먼저 공연을 돌면서 성과를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이로 인해 다른 엔터주들도 올해 중순을 지나면서 개화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M은 소속 가수 보아, 샤이니, 동방신기 등의 일본 공연이 예정된 상황이다. 특히 가장 효자 노릇을 하는 NCT 127이 6월까지 일본 돔투어를 진행하고 북미로 투어를 이어간다. 에스파도 하반기 미국 진출을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근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 SM 목표주가를 상향하기도 했다.
하이브는 세븐틴이 오는 6월부터 월드투어를 개최한다는 점이 호재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도 오는 7월 여는 북미 7개 도시 공연을 최근 빠른 속도로 매진시켜, 추가 공연을 확정한 상태다. 데뷔 1년 만에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르면서 작년 신인상을 휩쓴 엔하이픈도 첫 월드투어를 열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YG도 하반기는 아티스트 콘서트와 컴백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아이콘, 위너 등 고정 수요가 보장된 보이그룹들의 콘서트가 계획됐고, 블랙핑크의 완전체 컴백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블랙핑크가 새 앨범을 내게 된다면, 월드투어 콘서트를 개최할 가능성도 농후해진다.
이 연구원은 "K팝 소비 저변이 넓어지면서 소비국가와 소비층이 다양해졌고, 엔터 4사의 이익 체력도 작년부터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간 실적에 대한 전망은 모두 긍정적이다. 아직까지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추후 관련 리스크 제거 시 억눌려있던 주가의 상방이 해소되면서 다시 리레이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