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이 또한번 구원 실패로 스타일을 구겼다.
김원중은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5-4로 앞선 7회말, 1사 만루에서 김유영을 구원해 마운드에 올랐다. 강타자 크론을 내야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박성한 최주환에게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또한번 아쉬움을 남겼다.
김원중은 마무리 전향 첫해였던 2020년 25세이브를 올린 데 이어 지난해 35세이브를 기록, 구승민-최준용과 함께 롯데 역사상 손꼽히는 철벽 뒷문을 구축했다. 지난 시즌 오승환(44세이브)에 이은 구원 2위이자, 2017년 손승락(37세이브) 이후 롯데의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다.
하지만 올시즌은 만만치 않다. 개막 전 당한 늑골 부상에 이어 허벅지 부상이 겹치며 5월에야 1군에 등록됐다.
등록 전까지만 해도 래리 서튼 감독은 "우리에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2명의 마무리투수가 있다"며 김원중에게 임시 마무리 최준용 못지 않은 신뢰를 표했다. 선수들을 배려해 '누가 마무리를 맡게 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거듭 대답을 회피할 정도였다.
하지만 김원중은 이 같은 사령탑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 처음 마무리로 나선 지난 11일 NC 다이노스전서 시즌 첫 세이브보다 먼저 블론 세이브와 쑥스러운 구원승을 기록했다. 1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4점 앞선 8-4에서 등판, 난조를 보이며 1실점 끝에 간신히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결국 서튼 감독은 "우리팀 마무리는 현재 최준용이다. 김원중이 지난해의 구위를 되찾고, 컨디션을 회복했을 때 다시 고민해보겠다"며 김원중의 필승조 전향을 공식화했다. 17일 KIA전에서는 7-7로 맞선 8회 등판, 3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후에도 김원중의 컨디션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2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2-3으로 뒤진 8회 마운드에 올라 1실점했지만, 9회초 고승민의 극적인 역전 3점 홈런이 터지며 또한번 민망한 승리만 적립했을 뿐이다.
실망감은 이날 경기에도 거듭됐다. 경기 초반부터 빗맞은 안타를 잇따라 허용한 끝에 롯데는 2-4로 끌려갔다. 하지만 7회초 피터스의 역전 3점홈런으로 5-4로 승부를 뒤집었다.
7회말 등판한 김유영은 첫 타자 추신수에 볼넷, 1사 후 최정에게 빗맞은 2루타, 한유섬에게 자동 고의4구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1사 만루에서 무실점. '마무리에 버금가는 투수' 김원중에게 내려진 미션이었다.
김원중은 신중한 피칭 끝에 크론을 2루수 인필드플라이로 처리했지만, 박성한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최주환에게도 첫 3구를 볼로 시작하며 불리한 승부를 이어갔고, 8구째 기어코 볼넷을 내주며 2타자 연속 밀어내기 볼넷의 굴욕을 당했다.
안타를 맞으면 맞았지, 연속 밀어내기 볼넷이라니. 담대한 심장으로 호평받던 전직 마무리투수에게 볼 수 있는 가장 아쉬운 모습이었다.
인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