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쳤다 하면 안타' 이날 하루만큼은 KBO 어떤 타자보다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른 선수가 있었다.
프로 3년 차 한화 이글스 내야수 박정현은 평생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펼쳐진 25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팔꿈치 통증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 있던 외국인 투수 카펜터가 38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무실점 피칭을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카펜터의 호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초반 한화는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수베로 감독은 두산 선발 최승용이 좌완 투수라는 걸 감안해 전날과 다른 라인업을 내놨다. 라인업 중에서 눈에 선수가 있었다. 7번 타자 1루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박정현은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8라운드 78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선수다.
입단 후 2년 동안 1군과 2군을 오가며 실력을 쌓고 있던 박정현은 수베로 감독 부임 이후 기회 많이 받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우투수 상대 타율 0.103, 좌투수 상대 타율 0.316을 기록하며 좌투수에 강한 모습이었다.
수베로 감독의 숨은 조커였던 박정현은 첫 타석부터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렸다. 2회말 2사 1루 초구 142km 직구를 결대로 밀어 쳤다. 두산 우익수 조수행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힘이 실린 타구는 수비를 뚫고 펜스 쪽으로 굴러갔다. 박정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3루까지 여유롭게 진루했다. 결과는 1타점 3루타, 경기 초반 분위기를 한화 쪽으로 가져오는 데 중요했던 선취점이었다.
첫 타석부터 장타를 날린 박정현은 더 자신감이 있게 스윙을 가져갔다. 두 번째 타석이었던 4회말 2사 3루 1B 2S 5구째 140km 높은 직구를 힘껏 당겨쳤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날아간 타구는 좌측 담장 너머로 날아갔다. 비거리 120m 장외 홈런이었다.
KBO 통산 4호포를 장외 홈런으로 장식한 박정현은 베이스를 힘차게 돌았다. 해맑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선 박정현에게 노시환과 정은원은 홈런 세리머니 소품을 챙겨주며 함께 기뻐했다.
이후 8회 무사 2루 안타를 하나 더 추가한 박정현은 4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을 올리며 팀의 3연승에 힘을 보탰다. 사이클링 히트에 2루타 하나 빠진 3루타, 투런포, 안타까지 공포의 7번 타자로 변신했던 하루였다.
경기 종료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이 어디냐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유격수라고 답한 박정현의 당찬 모습에 수베로 감독도 흐뭇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