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다들 잘해준 덕분에 제 이름도 기사에 한 번씩 나네요."
두산 베어스는 최근 몇 년간 FA 선수를 떠나보냈지만, 쏠쏠한 보상 선수 덕분에 미소를 지어왔다.
지난해에는 오재일(삼성) 최주환(SSG)이 팀을 떠난 가운데 박계범과 강승호를 영입했고, 이들은 두산의 내야 한 축을 담당했다. 올해에는 박건우(NC)로 떠난 가운데 강진성을 영입하면서 1루수와 외야수 고민을 동시에 채울 수 있었다.
이들에 앞서 두산표 '원조 보상선수 신화'가 있다. 2019년 양의지(NC)의 보상선수로 두산으로 온 이형범(28). 2012년 신생팀 특별 지명으로 NC에 입단한 이형범은 2019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19세이브 10홀드를 기록하면서 두산 뒷문을 든든하게 잠갔고, 그해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이듬해 팔꿈치 수술로 재활에 들어간 그는 이후에도 잔부상이 겹치면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올 시즌 출발도 썩 좋지 않았다. 좋은 몸 상태로 시즌 준비에 들어갔지만, 작은 부상이 겹쳤다. 우여곡절 끝에 시즌에 들어간 그는 좋은 페이스로 공을 던졌지만, SSG 랜더스전에서 타구에 손가락을 맞아 다시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 18일 한화 이글스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1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면서 다시 한 번 건강함을 증명한 이형범은 19일 콜업됐다. 곧바로 등판해 아웃카운트 한 개를 깔끔하게 잡아낸 이형범은 이후 20일과 21일 롯데전에서 각각 2이닝, 1이닝을 무실점으로 지웠다.
이형범은 "팔꿈치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는데 기간이 꽤 걸렸다. 다른 곳도 다 회복돼서 지금은 아픈 곳 없이 공을 던지고 있다"라며 "캠프부터 잔병이 많았다. 할만하면 다치고 해서 준비를 제대로 못 했다고 생각했는데, 괜찮게 잘 돼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잠시 재활에 매진하고 있는 사이 두산에는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NC에서 한솥밥을 먹은 '입단 동기' 강진성. 이형범은 "(강)진성이와 같이 야구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두산에 와서 재밌었다. 입단 동기라 친구들과 자주 만나곤 한다"고 했다.
'원조 보상선수' 이야기에 이형범은 "우승을 해서 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다들 잘해준 덕분에 내 이름도 기사에 한 번씩 뜨고 기분 좋다"라며 "나는 아무래도 왔을 때 우승을 해서 더 잘해보인 면이 있는 거 같다. 그래도 보상선수 이야기를 볼 때마다 다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준 비결에 대해 그는 "일단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서 타자들이 서서 아웃되거나 투구수도 적게 가지고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다시 한 번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것. 이형범은 "한 번 맛을 보니 못 잊는 거 같다"라며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 팬들 함성에 더 힘이 나는 스타일이라 올해 관중도 오고 한 만큼, 더 많이 힘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