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박동원(32·KIA 타이거즈)의 방망이에 좀처럼 불이 붙지 않고 있다.
박동원은 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9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고 있다. 최근 32타수 무안타의 부진. 지난달 26일 키움 히어로즈에서 트레이드된 이후 4번이었던 타순은 6번을 거쳐 8번까지 내려갔다. 무안타로 침묵하는 날이 길어지면서 내려질 수밖에 없는 자연스런 조치. 이럼에도 박동원은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주전 포수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최근 타석에서 박동원의 모습은 체력 부담이 확연히 느껴진다. 트레이드 초반 장타를 쏟아낼 때와 달리 정타 비율이 높지 않다. 타구 속도 역시 떨어졌고,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인다.
KIA는 박동원을 데려온 뒤 김민식(33)을 SSG 랜더스로 보내고 한승택(28)을 1군에 올렸다. 현재 대부분의 출전 시간을 박동원이 책임지고, 한승택이 후반 교체로 뒤를 받치고 있다. 박동원의 타격 부진이 길어지는 모양새지만, 이런 구조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키움 시절 이지영(36)과 번갈아 포수 자리를 맡았으나, 대부분 지명 타자 역할에 치중했던 박동원 입장에선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KIA 김종국 감독은 "박동원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키움 시절엔 수비를 많이 나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공수에서 반반씩 역할을 소화 중"이라며 "하위 타순 배치는 수비 비중을 높이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체력적으로 힘든 게 눈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마운드와 호흡을 맞춰야 할 시기다. (부상 중이었던) 로니 윌리엄스와 호흡도 맞춰봐야 한다"며 '포수' 박동원의 역할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생산성이 낮은 타자를 계속 선발 라인업에 배치하는 것은 팀 입장에서 손해다. 이럼에도 김 감독이 박동원을 계속 라인업에 배치하는 것은 최근 팀 타선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어볼 수 있다. 개막 후 한동안 부진했던 KIA 타선은 24일까지 팀 타율(2할6푼8리) 및 안타(401개), 타점(200점), 출루율(0.351), 장타율(0.399)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꾸준히 3할대 타율을 기록 중인 나성범(33) 뿐만 아니라 최근 경기에선 소크라테스 브리토(30), 황대인(26), 김선빈(33), 이창진(31), 류지혁(28), 박찬호(27)까지 소위 '돌아가며 미쳐주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박동원이 수비에 치중하더라도 나머지 선수들이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물론 김 감독이 박동원의 피로누적을 그대로 놔둘 생각은 없다. 그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안배를 해줘야 한다. 6월부턴 날씨가 습해지면서 포수들의 피로누적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