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미래 교육을 책임지는 서울특별시교육청엔 올해 아주 특별한 변화가 있었다. 장애, 비장애를 넘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 미래 세대를 위한 더 평등한 교육을 목표로 특수교육과가 3월 1일 신설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현장에서 맞춤형 특수교육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특수교육 기획, 특수교육 과정, 통합교육 운영, 특수교육 지원 등 4개팀 규모의 특수교육과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최초다.
그간 서울시교육청의 장애학생 교육은 평생진로교육국 아래 민주시민생활교육과 내 특수교육팀 등을 통해 이뤄져왔다. 올해부턴 평생진로교육국 아래 평생교육과, 민주시민생활교육과, 진로직업교육과, 체육건강문화예술과와 함께 특수교육과가 하나의 '과'로 독립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과 사회통합,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교육의 의지가 담긴 의미있는 조직 개편이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가 감사패로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인식도, 위상도 달라진 '특수교육과'엔 장애학생들과 동고동락해온 김정선 전 서울 나래학교장이 초대과장으로 부임했다.
지난 17일, 구미 박정희실내체육관 경북장애학생체전 개회식 현장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했다. 함혜성 서울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과 김정선 특수교육과장, 전상희 장학관, 김영란 장학사 등이 장애학생체전 현장을 찾았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장애학생체전 현장을 교육청 국장급 인사가 찾은 건 처음"이라며 반색했다.
함 국장과 김 과장은 바지런한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서울시 선수단과의 만찬에 참석해 서울시 장애인 e스포츠, 배구대표팀 학생선수들을 일일이 격려하고 장학금 전달식을 가졌다. 따뜻한 격려에 신이 난 아이들은 저마다 야심찬 금메달 각오를 전했다. 육상 레이스가 한창인 경기장도 찾아 입상 선수들에게 메달을 걸어주며 어깨를 두드렸다.
서울시교육청 내 여성국장 시대를 연 '38년차 초등교육 전문가' 함 국장에게 장애학생 체전 현장을 찾은 이유를 물었다. 우문이었다. 함 국장의 대답은 "당연히"였다. "제가 맡은 일이니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특수체육과 일은 우리 국 일이니까. (비장애인)소년체전도 가고, 장애학생체전도 당연히 챙겨봐야죠" 했다. "특수교육과의 신설은 특수교육을 좀더 잘 지원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국장은 개회식 공연에서 본 '한 다리 비보이' 김완혁의 공연을 언급했다. 한 다리만으로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현란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모습에 함 국장은 "눈물이 났다"고 했다. "저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을까. 스크린에 '꿈을 향한 열정, 한계를 넘는 도전'이라는 문구가 오버랩되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더라"며 마음을 털어놨다.
윤석열 정부의 스포츠 관련 국정과제 실천과제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사회통합형 체육 환경 구축'이 포함됐다. 함 국장은 이와 관련 "통합교육에서 우리 교육청은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김정선 과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장애·비장애 학생이 어우러진 '더공감 교실'을 소개했다. "학년마다 특수교사를 배치해 일반학급 선생님들과 협업하는 '더공감 교실'을 8개 학교에 시범 운영중이다. 특히 유치원에서 반응이 좋다.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공동담임제로 협력수업을 하는데, 교사도 아이들도 너무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김 과장은 "체육수업도 특수학급 아이들만 따로 모아 진행하는 것보다 체육의 전문성을 가진 체육선생님이 특수교사의 도움을 받받아 수준별, 장애유형별로 진행할 수 있는 방식" 등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통합체육 교육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함 국장과 김 과장은 통합교육을 위한 교육청 내 협업과 소통 의지를 강조했다. "비장애인 체육 담당과도 있고, 진로직업교육과도 있고, 유아, 초등, 중등교육과도 있다. 우리가 가진 전문성으로 진로 관련, 통합체육 수업 등을 추진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다른 과가 가진 전문성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특수교육을 해온 우리들도 아직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에선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과도 만들어지고, 오히려 우리가 뒤로 빼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함 국장은 "교육청 실국장이 4명인데 소통이 잘 된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고 언제든 협업할 준비가 돼 있다"고 귀띔했다.
함 국장이 남긴 마지막 코멘트 역시 "꿈을 향한 열정, 한계를 넘는 도전"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만에 아이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면서 "열정과 도전을 통해 꿈을 키운 이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일꾼, 미래 지도자로 잘 자랐으면 좋겠다. 꿈과 체력이 있고 도전과 성취감을 아는 자존감 높은 아이들이다. 여기까지 온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불어넣었다.
스포츠기본법 시행 원년, 장애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 모두를 위한 통합 체육교육 활성화에 대한 학교 현장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 특수체육과의 진심 어린 현장 행보가 든든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