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나이 마흔을 훌쩍 넘긴 살아있는 전설이 바쁘디 바쁜 하루를 보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앨버트 푸홀스(42)가 멀티홈런을 작렬하며 700홈런 고지에 두 걸음 더 다가갔다.
푸홀스는 2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세인트루이스는 푸홀스와 해리스 베이더의 홈런 3개 등 장단 20안타를 폭발시켜 피츠버그를 18대4로 대파했다.
세인트루이스는 1회 놀란 고먼의 2루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2회초 베이더의 적시타를 포함해 5안타와 2볼넷을 묶어 6점을 뽑아 7-0으로 앞서가며 승기를 잡았고, 4회에도 5안타를 집중시키며 4득점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된 푸홀스는 5회초 2사후 3번 놀란 아레나도의 대타로 출전했다. 그는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상대 우완 체이스 디종의 92마일 한복판 직구를 잡아당겨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디종은 피츠버그의 롱릴리프로 주로 경기 초중반 지고 있을 때 나선 '패전처리' 전문이다.
푸홀스는 13-0으로 크게 앞선 9회초 무사 1,2루서 스리런포를 작렬했다. 이번에는 게임을 포기한 상대가 내야수 조시 밴미터를 마운드에 올렸는데, 푸홀스는 4구째 71마일 느린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3,4호 아치를 그린 푸홀스는 통산 683홈런을 마크했다. 700홈런까지는 17개가 남았다. 역대 4위 알렉스 로드리게스(696홈런)와의 격차는 13개. 지금의 타격감과 출전 기회라면 로드리게스를 제치고 700홈런 고지를 밟을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건 아니다.
푸홀스는 9회말에 앞서 포수 야디어 몰리나의 웜업 피칭 때 불펜포수로 들어가 공을 받아주기도 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승부가 기울자 9회 마지막 수비에서 몰리나를 마운드에 올렸다. 몰리나는 1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4안타를 맞고 4실점했다.
푸홀스는 지난 1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15-2로 크게 앞선 9회 팬서비스 차원에서 등판해 1이닝 3안타 1볼넷 4실점한 바 있다. 생애 첫 투수 출전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올리버 마몰 감독이 유난히 이런 팬서비스를 '남발'하고 있다.
경기 후 푸홀스는 "내가 이 팀에 온 것은 힘이 닿는 한 팀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나를 위한 경기가 아니다. 카디널스 조직에 관한 얘기고 내가 동료들에게 전파할 좋은 영향에 관한 얘기"라며 멀티홈런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승부가 기운 뒤 출전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세인트루이스 선발로 나선 스티븐 마츠는 1회초 4개의 공을 던지고 왼쪽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돼 정밀검진을 받았다. 전날까지 3승3패, 평균자책점 6.03을 기록한 마츠는 부상자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