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시즌 내내 주전급으로 활약한 벤투호 윙어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결승 무대에서 선택을 받지 못했다. 팬들은 '해버지' 박지성을 소환했다.
정우영은 22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에서 열린 라이프치히와의 2021~2022시즌 DFB 포칼 결승에서 연장전 포함 120분 내내 벤치에 대기했다.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프라이부르크 감독이 경기 중 꺼낸 5장의 교체카드 중 정우영은 없었다. 1-1 동점으로 맞이한 승부차기에서 팀이 2대4로 패하며 우승을 놓치는 장면을 지켜봐야했다.
정우영은 올시즌 분데스리가 34경기 중 32경기(선발 23경기)에 출전하고, DFB 포칼에서도 결승전 이전까지 5경기(선발 3경기)에 모두 출전한 간판 중의 간판 공격수다.
특히 DFB 포칼 8강 보훔전, 함부르크와의 준결승전에 선발출전해 팀의 결승 진출에 이바지했다.
지난 14일 레버쿠벤과의 리그 34라운드 리그 최종전에 섀도 스트라이커로 선발출격한 정우영은 부상도 없는 만큼 이번 결승전 출전이 예상됐다.
슈트라이히 감독은 지난 레버쿠젠전 대비 단 한 자리만 바꿨다. 포백을 스리백 전술로 바꾸면서 정우영을 벤치로 내리고 수비수 마누엘 굴데를 투입한 게 유일한 변화였다.
경기 상황에 따라 공격에 힘을 쏟아야 할 때, 정우영을 투입할 계획이었던 걸로 보인다. 팀은 전반 19분 막시밀리안 에게슈타인의 이른 선제골로 팀이 앞서나갔다. 후반 31분 크리스토퍼 은쿤쿠에게 동점골을 내준 뒤, 부랴부랴 감독이 꺼낸 카드는 공격수 닐스 페테르센과 에메르딘 데미로비치였다. 이후 연장까지 3명을 더 교체했는데, 그 안에 정우영은 없었다.
경기 후 정우영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결승 무대에서 뛰지 못한 원통함, 팀이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이 뒤섞였으리라. 그런 정우영이 내심 신경이 쓰였던 걸까. 슈트라이히 감독은 정우영에게 다가가 안아주고 볼키스를 건네며 위로했다.
팬들은 정우영의 결장을 바라보며 14년전 '모스크바의 악몽'을 떠올렸다. 당시 맨유 소속 미드필더였던 박지성이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충격적으로 엔트리 제외된 날이다. 준결승전까지 최고의 활약을 펼친 박지성은 첼시와의 결승전 당일 '뛸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날 첼시를 꺾고 우승한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훗날 박지성에게 미안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이날은 정우영과 프라이부르크 모두 실망스러운 하루였다. 프라이부르크는 앞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 탈환에도 실패했다. 리그 5위를 기록하며 다음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확보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 슈트라이히 감독은 "우리는 내년에 유럽에서 뛴다. 프라이부르크는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에른뮌헨 출신인 정우영은 2019년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했다. 기회를 잡지 못하던 이적 첫 시즌 바이에른 2군으로 임대를 다녀와 지난시즌부터 출전기회를 늘려나갔다. 올시즌 리그에서 5골을 넣으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