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며느리가 예쁘면 처갓집 울타리까지 예쁘다'는 속담이 있다. 한가지가 좋게 보이면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다 좋아 보인다는 뜻이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박병호를 보는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처음 KT 위즈가 박병호를 FA로 영입했을 때는 KT가 박병호의 부활을 도와주는 느낌이 컸다. 편하게 해주고 강백호와 외국인 타자의 활약의 우산 효과로 인해 박병호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여니 180도 달라졌다. 오히려 KT가 박병호의 도움을 받고 있다. 박병호를 도와줄 것이라 여겼던 강백호와 헨리 라모스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박병호가 오히려 KT 타선을 혼자 짊어지게 됐다. 그런데 반전이었다. 박병호가 혼자서 KT를 떠받치고 있다.
박병호는 21일까지 타율 2할7푼에 14홈런, 3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 타점 1위다.
특히 홈런의 영양가가 엄청나다.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삼성 라이온즈전서는 0-1로 뒤지던 6회초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삼성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에게서 동점 솔로포를 쏘아올려 흐름을 바꿨다. 지난 17일 LG 트윈스전에서는 0-2로 뒤지던 8회말 LG의 최강 셋업맨 정우영으로부터 동점 투런포를 쳤다. 이 홈런이 흐름을 바꿨고 KT는 9회말 조용호의 끝내기 안타로 역전승을 거뒀다.
수비도 좋다. 지명타자를 칠 것이라고 왔는데 강백호가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주전 1루수가 됐다. 예전부터 안정적인 1루 수비를 해왔기에 걱정없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KT는 박병호 덕분에 타선에서 그나마 버티고 있다. 외국인 투수 1명이 빠지고 필승조였던 박시영의 부상 낙마 등 각종 악재 속에서도 KT는 21일까지 19승23패로 5할 승률에서 4승이 모자란 상황이다.
KT 이강철 감독으로선 박병호가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박병호 얘기만 나오면 칭찬만 쏟아내는 이 감독은 "홈런 타구 스피드가 비교가 안된다"면서 "박병호의 타구는 금방 날아가서 편하다. 다른 애들은 넘어가는지 끝까지 봐야 하는데. 병호는 치는 순간 '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박병호의 타구 스피드까지 칭찬했다.
이 감독은 "박병호가 혼자서도 잘 이겨내고 있다. 강백호와 라모스가 돌아오면 더 강해지지 않겠나. 쉽지 않은 타선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