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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왕'이 '4번'을 만났다…장타가 쏟아진다 [SC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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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알고보면 4번타자 자리가 천직이었을까.

김혜성(23·키움 히어로즈)은 지난해 '도루왕'에 올랐다. 144경기 전경기 출장을 한 그는 50차례 베이스를 훔치기 위해 도전했고, 이 중 46차례 성공했다.

올 시즌도 김혜성은 열심히 달리고 있다. 18차례 시도해 단 한 차례밖에 실패하지 않았다. 2위 김지찬(삼성·13도루)과는 4개 차인 1위다.

빠른 발을 갖추고 있던 그는 지난해 주로 테이블세터로 경기에 나섰다. 3할 타율에 오를 정도로 정교한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어, '타격왕' 이정후 앞에 밥상을 차려왔다.

올 시즌 김혜성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테이블세터에서 역할도 좋지만, 중심타선에 힘을 보태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 5번타자로 배치됐다. 이정후-야시엘 푸이그-김혜성으로 이뤄진 타선은 정교함과 파워가 조화된 활약을 기대하도록 했다.

계산은 다소 어긋났다. 메이저리그 132홈런을 날렸던 강타자 푸이그의 타격감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푸이그는 4번타자에서 2번타자로, 21일에는 8번타자로 자리를 옮겼다. 푸이그도 "4번타자 자리가 싫다"고 부담을 내비치기도 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의 해법은 김혜성의 한 칸 전진 배치. 기존 '거포'가 배치됐던 것과 달리, 빠른 발을 앞세워 장타를 만들어내는 김혜성의 능력을 믿었다.

김혜성도 4번타자 자리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20일 한화전에서 2루타 한 방 포함 멀티히트로 활약했고, 21일에는 연타석 3루타를 날리는 등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연타석 3루타는 역대 39번째. 한 경기 최다 3루타는 2016년 9월21일 대구 롯데전에서 삼성 소속이었던 박해민이 기록한 3개로 김혜성이 한 개만 더 쳤으면 최다 타이를 이룰 수도 있었다.

김혜성도 4번타자에 대한 큰 부담은 없었다. 그는 "달라지는 것이 없어 매타석 그냥 똑같이 생각하고 들어갔다"라며 "기회가 오면 잘 쳐야한다는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3루타 행진에 대해서는 "운 좋은 코스로 잘 갔다. 3루타가 단순히 멀리간다고 되는 건 아니다. 코스가 좋아서 가능했다. 두 번째 3루타는 바로 판단이 됐는데, 첫 번째에는 펜스 바운드가 커서 3루까지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키움은 타선이 전반적으로 살아나지 못하면서 투수력을 앞세워 승리를 잡아왔다. 김혜성은 "투수들이 잘 던졌는데, 점수가 안 나와서 미안했다. 타자들이 매타석 열심히 치고, 열심히 뛰고 하다보니 이제야 조금씩 맞는 거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99득점으로 시즌을 마친 그는 100득점에 대한 목표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타선이 옮겨진 만큼, 큰 수치적인 목표는 두지 않았다. 김혜성은 "일단 한 경기 최선을 다해서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고척=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