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피터스 바꿔야될 것 같아요? 요즘 컨디션 좋은데."
이대호(40)의 마지막 시즌인 올해. 롯데 자이언츠는 가을야구에 갈 수 있을까.
해묵은 질문에 '외인들만 좀더 잘해주면 가능할 것 같다'고 답하자,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가 웃으며 건넨 말이다.
4월과 5월 사이 가장 극적인 반전을 이룬 외인 타자는 소크라테스(KIA 타이거즈)다. 4월 타율 2할2푼7리 1홈런 9타점 OPS 0.643에 그쳤던 소크라테스는 5월 들어 무려 4할3푼8리의 타율에 4홈런 22타점, OPS 1.208로 환골탈태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동점포, 결승포,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는 등 클러치 상황에서의 활약도 눈부시다.
소크라테스의 맹활약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퇴출설에 시달리던 피터스도 한결 달라졌다. 무엇보다 21일 두산 스탁을 상대로 선제 투런포를 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고, 21일에도 토종 에이스 최원준을 상대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롯데가 무려 5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하지 않았다면, 터닝 포인트가 될만한 한방이었다. 타고난 슬러거의 편린을 내비치고 있다.
어느덧 7개째 아치. 마티니(NC 다이노스)와 함께 홈런 부문 공동 8위다. 5월 타율은 2할4푼6리(69타수 17안타)로 아직 아쉬움이 있지만, 4월(1할9푼1리)보다는 한결 나아졌다.
무엇보다 '빠른 직구에 약점이 있다'던 사전 분석과 달리, 변화구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투수들이 포크볼, 체인지업 등 종적인 변화구를 많이 구사하게 된 이유는 기존에 활용했던 슬라이더가 팔이 긴 외국인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했기 때문이다. 반면 피터스는 슬라이더에도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간혹 터져나오는 로또성 한방을 제외하면, 제대로 볼을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스파크맨과 피터스를 향한 구단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스파크맨의 경우 교체 가능성이 진지하게 논의된 바 있다. 반면 피터스의 경우 '180~200타석 정도 적응할 기회를 줘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래리 서튼 감독은 "2군에 보낼 생각은 없다. 센터라인은 수비에 좀더 무게를 둔다"고 단언했다.
부진이 더 길어졌을 경우 퇴출 가능성이 없진 않았지만, 넓은 수비범위와 뛰어난 타구판단 등 중견수로서 대체불가급 존재감으로 보고 있다는 것.
피터스는 "기복이 심하다보니 마음 고생이 크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경우 슬라이더나 커브가 좀더 파워풀하고 빠른 편이다. 한국은 살짝 붕뜨는 느낌이라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이제 타석에서 치는 느낌이 좋다. 안타성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지 않나"며 자신감을 보였다. 서튼 감독의 신뢰에 대해 "보답하고 싶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피터스가 소크라테스 같은 반전을 선보일 수 있을까.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