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페널티가 주어지지도 않았고, 경기 중 페널티 상황이 나오란 보장도 없는데, '해리 케인이 찰거냐 손흥민에게 양보할거냐'란 주제의 PK 논쟁이 뜨겁다.
급기야 23일 0시 노리치시티와의 2021~2022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최종전 사전 기자회견에도 등장했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관련질문을 받고는 "손흥민이 득점상을 타면 굉장히 기쁘겠지만, PK는 케인이 찰 것이며, 모두가 팀을 위해 뛰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논쟁, 이러한 질문이 나온 이유는 손흥민의 득점왕 타이틀과 관련이 있다. 현재 손흥민은 21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22골)를 1골차로 맹추격 중이다. 부상 중인 살라의 최종전 출전 여부와는 별개로 최소 1골 이상은 득점해야 득점왕(혹은 공동득점왕)을 바라볼 수 있다
지난 번리와의 37라운드에서 '손흥민이 들고 있던 공을 케인에게 양보해 결국 케인이 페널티를 차는' 상황이 펼쳐지자, 번리전에는 '손흥민이 페널티로라도 일생일대의 골든부트 수상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콘테 감독은 단호했다. 페널티는 페널티 전담키커에게 맡겨야 한다는 입장. 특정 선수의 타이틀 도전을 위해 '룰'을 깰 수 있다는 거다.
이 논쟁을 지켜보는 당사자 손흥민의 속마음까진 알 수 없지만,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로 페널티와 인연이 없었다. 프리미어리그에 단 2번, 페널티 키커로 나서 1번 성공(사우스햄턴)하고 1번 실축(애스터빌라)했다. 모두 '1번 키커' 케인이 결장한 경기였다. 케인과 동반 출전한 경기에선 페널티 반칙을 얻기만 했을뿐, 차본 적이 없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넣은 91골 중 단 1골만을 페널티로 작성했다.
손흥민은 올시즌에도 21골을, 현지에서 '논-페널티'라고 부르는 필드골로 넣었다. 같은 기간 살라가 22골 중 5골을 페널티로 채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0~2011시즌 이후 페널티 없이 득점왕에 오른 케이스는 단 3번,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당시 맨유·2011년),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2014년), 사디오 마네(리버풀·2019년)만이 '논-페널티'로 골든부트를 수상했다. 손흥민이 순수 필드골로만 득점왕에 오르는 것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자칫 케인이 손흥민의 득점왕 도전에 '걸림돌'이 될 지도 모르지만, 케인은 손흥민의 득점왕을 도울 최고의 파트너란 건 부인하기 어렵다. 둘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합작한 듀오다. 올시즌도 손흥민은 케인에게 5개의 어시스트를 선물받았다. 지난 3월20일 웨스트햄전에선 2골을 모두 케인이 돕기도 했다.
토트넘은 이날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달린 4위 수성을 노린다. 최소 무승부만 거둬도 아스널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토트넘이 만약 노리치전에서 앞서가거나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 그때는 손흥민에게 골을 몰아주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