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아픔 속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줬다."
롯데 자이언츠 안치홍은 20일 두산 베어스전서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했다. 3회초 타석에서 자신이 친 타구에 왼쪽 정강를 맞아 큰 통증을 호소했다. 맞자마자 넘어진 이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트레이너가 응급 조치를 한 뒤에도 꽤 시간이 지나서야 일어났다. 그런데 바로 다음 공에 홈런을 쳤다. 152㎞의 빠른 공을 좌측 담장 넘어로 보냈다.
안치홍은 홈런을 친 뒤 왼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그라운드를 돌았다.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빠른 공에 홈런을 쳤다는 것이 대단했다.
그리고 안치홍은 1루수로 자리를 옮겨 경기를 끝까지 소화했다. 그리고 21일 경기에도 3번-1루수로 선발출전했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자신이 친 타구에 맞는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아프다"면서 "하지만 같은 타석에서 홈런을 쳐냈다. 아픔에도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줬다"라며 안치홍을 칭찬했다.
안치홍은 불편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수비를 끝까지 했다. 2루수로 수비가 힘들다보니 스스로 1루수로 가겠다고 요청했다고.
그런 안치홍은 21일에도 홈런을 쳤다. 팀이 0-5로 끌려가던 6회초 2사 1루서 호투하던 두산 선발 최원준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쳤다.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124㎞의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자 여지없이 홈런으로 만들었다.
안치홍은 홈런을 친 뒤 열광하는 롯데 팬들 앞에서 그라운드를 성큼성큼 달렸다. 전날보다 훨씬 잘 뛰었지만 미세하게 왼쪽 다리가 불편해 보이기도 했다.
롯데는 이날 4대12로 패했다. 실책이 5개나 나오며 응원온 팬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그래도 안치홍의 투지의 홈런 하나는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됐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