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프로스포츠에서 선수 가치의 기준은 상대적이다.
원클럽맨, 팀 타선에 필요한 구성, 팬심, 현재와 장래성, 대체 가능 여부 등 프로 선수에겐 분야별로 다양한 가치가 있다. 각 팀에 필요한 포지션이나 역할이 다르다. 특정 선수의 필요성과 가치는 곧 매겨진 금액으로 결론지어진다.
손아섭(34·NC 다이노스)이 떠난 우익수의 공백. 롯데 자이언츠에는 유망주들이 있었다. 손아섭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팬들도 '4년 64억은 비싸다'는 게 중론이었다.
올해는 '조선의 4번' 이대호(40)의 은퇴전 마지막 시즌이라는 또다른 가치가 부여된 시즌이다. 롯데 구단에겐 이대호에게 마지막 가을야구, 더 나아가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안겨주고픈 마음이 있다.
현실은 만만치 않다. 롯데는 4월을 리그 2위로 마쳤지만, 5월 들어 6승10패에 그치며 7위로 내려앉았다. 총 전적 20승19패1무. 5할 승률도 위험하다. 최근 4연패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포지션이 있다. 롯데가 지난 겨울 오디션을 치른 유격수와 우익수 자리다.
유격수는 부상 등의 우여곡절 끝에 이학주가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실책(7개)이 적지 않지만, 그만큼 호수비도 많다. 타율 2할3푼8리, OPS(출루율+장타율) 0.591은 아쉽지만, '이학주마저 없었다면'의 상황은 피했다.
손아섭이 떠난 우익수 포지션의 공백 덕분에 티가 덜 나는 것도 사실이다. 이학주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스탯티즈 기준 0.01, 스포츠투아이 기준 0.07이다. 미세하지만 플러스다.
반면 주전 우익수 경쟁은 처참하다. 시즌초에는 고승민과 조세진이 경쟁을 벌였고, 이후 추재현과 신용수가 가담했다. 현재는 고승민과 신용수가 1군에서 경쟁중이다. 하지만 이들의 WAR은 어느쪽이 기준이든 하나같이 음수(-)다.
타율 2할, OPS 0.5를 넘긴 선수가 한명도 없다. 고승민이 그나마 1할7푼2리(58타수 10안타)로 가장 높다. 조세진은 1할6푼4리(55타수 9안타) 추재현은 1할6푼(25타수 4안타) 신용수는 5푼9리(17타수 1안타)다. 원래 홈런타자들은 아니지만, 홈런을 친 선수도 없다.
최근 남다른 허슬과 컨택으로 주목받는 황성빈은 우익수보다는 중견수에 가깝다. 황성빈처럼 어깨보다 스피드에 초점을 맞춘 선수가 선발출전하면, 피터스가 우익수를 본다. 그제서야 우익수 자리가 플러스가 된다. 0.34(스포츠투아이 기준, 스탯티즈 0.36)이긴 하지만.
피터스는 적어도 걸리면 넘어가는 파워는 있다. 올시즌 홈런 5개를 쏘아올렸다. 수비 범위 커버 능력이나 스피드와 어깨로 인한 주자 저지력 등 수비 공헌도 또한 4명의 우익수보다 피터스가 높다. 다만 172타석을 소화한 가운데 2할 6리의 타율은 문제가 있다.
내야의 경우 1루로 나설 수 있는 베테랑이 많고, 2루와 3루는 김민수가 두루 커버할 수 있다. 만약 피터스를 교체하더라도, 외야 한 자리를 맡을 선수가 절실하다. 좌익수 전준우의 수비 약점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롯데를 떠난 손아섭의 근황은 어떨까. 시즌초에는 16타수 1안타의 부진도 겪었다. 하지만 이후 4월 8일부터 8경기 연속안타(멀티히트 4)를 치며 부활했고, 전날까지 10경기 연속안타를 기록중이다. 아직 홈런은 없지만, 타율 3할2푼3리, 10타점을 올렸다. OPS는 0.770이다.
롯데에서 손아섭보다 좋은 OPS를 기록중인 선수는 한동희 안치홍 이대호 전준우 4명 뿐이다. 손아섭은 선수 공백과 감독 교체로 어수선한 NC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NC의 과감한 투자가 성공한 사례로 남을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