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키움 히어로즈가 창원에서 NC 다이노스와 경기를 하고 있는 19일 수원 KT위즈파크.
이정후와 똑같은 폼을 지닌 타자가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타석에 섰다. 왼손타자로 슬림한 체격부터 준비자세, 타격에 들어갈 때 오른다리를 딛는 동작까지 이정후와 똑같았다. 차이가 있다면 키가 조금 작아보였다.
주인공은 KT의 고졸 2년차 내야수 유준규(20)다. 이날 데뷔후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왔고, 곧바로 8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유준규는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2차 3라운드 25순위로 입단한 내야수다. 주 포지션은 유격수다.
타격이 좋다.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4할6푼2리(39타수 18안타)의 좋은 타격을 보였고, 올시즌도 퓨처스리그에서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8리(67타수 22안타)를 기록 중이다. 발도 빨라 8개의 도루도 기록하고 있고, 11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출루율 0.418, 장타율 0.373으로 OPS 0.791을 보였다.
KT 이강철 감독은 "방망이에 소질이 있고 콘택트 능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 "지금 1군에 잘치는 타자가 딱히 없다. 지금 시기에 기회를 안주면 안될 것 같아서 올렸다. (부상자들이)다 돌아오면 쓰고 싶어도 못쓴다. 쓰면서 어떤지 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1군 무대 첫 대결 투수는 LG 트윈스의 임찬규. 1사 1,2루의 찬스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준비자세가 이정후와 똑같아서 놀라는 차에 패기있게 초구를 휘둘렀지만 중견수 플라이 아웃. 0-3으로 뒤진 2사 1루서 맞이한 두번째 타석에서는 좀 더 유준규의 타격 자세를 볼 수 있었다. 모든 게 이정후와 판박이였다. 도플갱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유준규의 키가 1m76으로 이정후(1m85)보다 작은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었다.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을 허리가 빠진 채 툭 밀어쳐 중전안타를 기록했다. 1군 첫 안타였다.
경기후 만난 임찬규도 "이정후를 보는 줄 알았다"며 인정.
6회말엔 최동환으로부터 헛스윙 삼진을 당한 유준규는 8회말 무사 1,2루서는 배재준을 상대로 깨끗한 중전안타를 쳤다. 9회말 KBO리그 대표적 마무리인 고우석을 상대로 2루수앞 땅볼로 아웃. 5타수 2안타를 친 유준규는 데뷔전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이정후처럼 타격에 재능이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날 KT는 패했으나 유준규라는 흥미있는 유망주를 본 것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