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울산 현대가 드디어 승점 30점 고지에 선착했다. 울산은 2022시즌 K리그1의 3분의 1지점인 13라운드에서 9승3무1패, 승점 30점을 기록했다.
울산이 K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17년 전인 2005년이다. 최근 3년간의 성적은 더 처절하다. 정상을 목전에 두고 번번이 좌절했다. '만년 2위'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올해 K리그1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 또한 지난해 '트레블(K리그, FA컵, ACL 동시 우승)'을 눈앞에 두고 눈물을 훔쳤다. '무관'에 몸서리쳤다.
시즌 막판 찾아오는 불안감은 지울 수 없는 '울산의 패닉'이다. 그래서 홍 감독이 이번 시즌 꺼내든 카드는 '압도적인 우승'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했다. 김영권, 아마노, 레오나르도, 엄원상 등을 수혈하며 '패배주의'에서 벗어난 것은 올 시즌 달라진 울산의 오늘이다.
이제 홍 감독은 '마이 웨이'를 꿈꾸고 있다. 매 경기가 '단두대 매치'라는 생각으로 선두 독주 체제를 더 굳건히 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1차 고개는 넘었다. 울산은 18일 2위 제주 유나이티드를 1대0으로 물리치며 2위 그룹과의 승점차를 8점으로 벌렸다. 제주와 3위 전북 현대가 나란히 승점 22점이다. 그 뒤를 잇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의 승점은 각각 21점과 19점이다.
홍 감독은 엄원상의 극장골이 터진 제주전 후 "오늘 경기를 이기면 우리는 30점으로 올라가고 밑의 그룹은 22점으로 묶어 놓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늘 3점은 큰 승점이다"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꼭 이겨야 하는 강한 의지가 선수들에게 있었다. 우리도 오랜만에 극장골이라는 것을 넣었다"고 말한 후 미소지었다.
청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남기일 제주 감독은 울산전을 앞두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볼 점유와 소유를 높여 앞에서부터 좋은 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각처럼 현실이 되지 않았다. 이날 경기의 볼점유율은 67대33으로 울산이 압도했다.
상대의 밀집수비에도 자신감이 넘친다. 비록 후반 46분에 결승골이 터졌지만 울산은 이날 무려 26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유효슈팅은 17개나 나왔다. 한 골만 터진 것이 제주에는 다행이었다.
제주전서 선제 실점의 고리를 끊은 것도 소득이다. 홍 감독은 "선실점하고 역전을 하는 경기에 도취돼 있었다. 기본을 잃고 있었던 것 같다. 골을 넣고 이기는 상황이 돼야 하는데 실점을 하고 따라가려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홍 감독도 "많은 경기가 남아있고, 변수도 많다.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 같다"며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각급 대표팀의 차출도 고민이다. 7월 동아시안컵에서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이 몇 명을 호출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그래도 어떤 파고가 오더라도 넘어야 한다. 홍 감독에게 '양보'라는 단어는 없다. 올해 울산이 가고 있는 길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