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최용수 더비' 쾌승을 도운 보이지 않는 힘…'개념'으로 뭉친 그들

by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강원FC가 18일 FC서울과의 K리그1 13라운드에서 거둔 승리(1대0)는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일명 '최용수 더비'에서 2연속 무승부 끝에 첫승이자, 지독한 8경기 연속 무승(4무4패)의 탈출구였다. 더구나 작년 승강플레이오프에서 기적을 일궜던 '성지' 강릉종합운동장의 위력을 재확인한 경기여서 홈팬들은 더 즐거웠다.

이래저래 짜릿했던 '최용수 더비'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다. '마음을 곱게 쓰면 복도 따른다'는 교훈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다. 우선 강원 서포터스의 '개념 응원'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이날 경기장에 등장한 두 팀 서포터스의 위세를 보면 강원이 약세였다. 한눈에 봐도 FC서울 서포터스 인원이 더 많았고, 대형 깃발 등 잘 갖춰진 응원 시스템이 강원 서포터스석에는 없었다. FC서울의 홈경기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겉보기에만 그랬다.

강원 서포터스는 '일당백'의 기개로, 장비가 없으면 몸으로 때우겠다는 듯 강원 선수들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오월의 광주를 기억하겠습니다'라는 걸개를 내보이기도 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42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경기장에서 보기 힘든 '응원문구'였지만 새 정부 출범 후 국민 통합을 염원하는 '개념 응원'으로 박수를 받을 만했다.





이른바 '개념'은 고참 선수들도 다른 방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골키퍼 유상훈(33)과 수비수 임창우(30)가 그랬다. 이날 연속 슈퍼세이브를 펼치며 박빙 승리를 지켜낸 유상훈은 미안한 마음을 잔뜩 품고 경기에 임했다고 한다. 남 탓이 아닌 철저한 자기반성이었다. 유상훈은 팀내 최고참으로서 최근 자신의 부진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무승하는 동안 실점도 많았고, 강원에서 선수생활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도움이 되자고 왔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천성이 내성적이기로 소문난 유상훈, 미안함이 너무 크면 의기소침할 법도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되레 이를 악물었고, 놀라운 '선방쇼'로 이어졌다. 유상훈 스스로 "올시즌 가장 만족스런 경기였다"고 할 정도로 '속죄'를 위해 온몸을 던졌다.

그런가 하면 강원 프런트는 "임창우는 마음씨가 정말 좋은 선수"라며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이날 강원은 임창우의 개인통산 100경기 출전 기념 이벤트를 마련했다. 당첨된 11명의 팬이 선수 입장 에스코트로 참가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행사였다. 행사를 준비하는데 임창우가 "저∼, 혹시 팬들께 선물드려도 돼요?"라고 쑥스럽게 묻더란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 시절을 보냈던 터라 어찌할 바를 몰랐던 모양이다. 구단 측이 "괜찮다"고 하자, 임창우는 친필사인을 한 머플러와 손선풍기를 한아름 들고와 멋쩍게 웃었다.

강원 관계자는 "팬들에게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어하는 유상훈과 임창우의 마음 씀씀이가 승리를 향한 간절함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