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시즌 초반 아메리칸리그 MVP 싸움은 두 골리앗의 경쟁 양상이다.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과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다. 두 선수는 18일(이하 한국시각) 나란히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트라웃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시즌 10호 아치를 그렸고, 저지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13, 14호 대포를 연타석으로 터뜨렸다. 저지는 홈런 부문 전체 1위를 질주했다.
트라웃은 타율 0.325, 10홈런, 21타점, 31득점, 출루율 0.440, 장타율 0.684, OPS 1.124를, 저지는 타율 0.315, 14홈런, 30타점, 30득점, 출루율 0.384, 장타율 0.692, OPS 1.076을 각각 마크하고 있다. 에인절스와 양키스가 시즌 초반 6~7할대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슈퍼스타가 각각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 할 만하다. 이게 바로 MVP 후보의 자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개인순위를 들여다 보니 이 둘을 능가하는 선수가 눈에 확 들어온다. 바로 트라웃의 동료이자 후배 외야수인 테일러 워드(29)다.
이날 현재 타율(0.376), 출루율(0.484), 장타율(0.733), OPS(1.217) 등 비율로 따지는 4개 부문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OPS 부문서 최강자인 트라웃을 제쳤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OSP 3위는 저지다. 그가 순위표에 등장한 건 지난 17일이다.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5타석을 소화해 규정타석에 재진입하면서다. 이날 텍사스전에서도 5타석 5타수 1안타를 치며 규정타석을 유지했다.
여기에 워드는 9홈런, 23타점, 26득점으로 아메리칸리그 홈런 7위, 타점 공동 9위, 득점 4위에 랭크돼 있다. 트라웃과 저지 못지 않은 활약상으로 MVP 후보로 따오르고 있는 것이다.
트라웃과 저지에 비하면 워드는 무명 선수다. 올해가 풀타임 첫 시즌이나 마찬가지다. 올해 연봉은 메이저리그 최저 수준인 72만달러. 트라웃의 연봉 3716만달러의 52분의 1에 불과하다. 29살인데도 연봉이 적은 것은 성장세가 더뎠기 때문이다.
2015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을 받고 포수로 입단한 워드는 3루수를 거쳐 외야수로 변신해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이후 부상과 부진이 반복되면서 작년까지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르내렸다. 2019년 트리플A에서 타율 0.306, 27홈런, 72타점을 때리며 타격을 눈을 뜨는 듯했지만, 이후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걸렸다.
단축 시즌인 2020년 34경기에 출전한 워드는 작년 5월에 메이저리그에 올라 3개월을 뛴 뒤 7월말 다시 마이너리그로 떨어졌고, 시즌 말 빅리그 재승격 직후 내전근 부상을 입고 시즌을 마감했다. 65경기에서 타율 0.250, 8홈런, 33타점.
기회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찾아왔다. 시범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에인절스는 연봉 2800만달러에 이르는 저스틴 업튼을 시즌 개막 직전 방출해 워드에게 자리를 만들어줬다. 다만 시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사타구니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4월 17일이 돼서야 합류했다.
그리고 첫 경기부터 홈런을 터뜨리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금은 리드오프로 나선다. 메이저리그 최강 라인업 트라웃-오타니 쇼헤이-앤서니 렌던 앞에서 찬스를 만들어주고 있다.
타격폼 수정이 워드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ESPN은 워드가 지난 4월 30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서 4타수 3안타를 때리자 '배트의 스윙 궤적을 수평으로 바꾸면서 공을 띄울 때 나온 쓸데없는 동작을 제거했고, 무엇보다 마음가짐을 바꾼 게 크다'고 평가했다.
당시 트라웃도 "워드에겐 굉장한 변화다. (타구방향을)중간에서 우중간 사이를 유지하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