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우완 황동재(21). 2020년 1차지명 투수로 3년 차지만 올해가 루키 시즌이다. 지난해까지 단 1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선발 구상에 없었던 선수.
양창섭 장필준 등 불의의 부상으로 맡게 된 임시선발. 엄청난 성공작이다. 선발 등판할 때마다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조기강판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카멜레온 같은 무표정의 사나이. 등판을 거듭할 수록 마운드 위에서 여유와 운영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젊은 돌부처의 등장이다.
18일 대전 한화전. 황동재는 생애 최고 피칭을 했다.
1-0으로 앞선 7회 2사까지 4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이어갔다. 14승을 거둔 지난해 버전으로 돌아오며 6이닝 10K 무실점으로 역투한 한화 선발 김민우에 전혀 뒤지지 않았던 놀라운 피칭.
하지만 딱 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2사 후 안타와 첫 볼넷을 허용한 뒤 하주석에게 좌월 역전 스리런포를 허용하고 말았다. 141㎞ 패스트볼이 살짝 높았고, 전날 결승 역전 투런포를 쏜 이글스 주장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한화 홈팬의 환호 속에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가는 황동재를 향해 3루측 관중석에 옹기종기 앉아있던 삼성 팬들이 일어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덕아웃 동료들도 모두 일어나 최고 피칭을 보여준 3년 차 영건에게 물개박수를 보냈다.
황동재는 이닝을 마칠 때까지 고개를 숙인채 덕아웃에 물병 하나를 쥐고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삼성은 최고의 역투를 펼친 황동재를 패전투수로 만들지 않았다. 9회 대타 강민호의 역전 2타점 적시 2루타와 오재일의 희생플라이, 피렐라의 홈스틸로 5대3 짜릿한 9회 역전승으로 황동재의 패배를 지웠다.
공 하나로 달라질 수 있는 야구의 쓰린 맛. 고난은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비록 잊을 수 없는 공 하나의 아쉬움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지만 삼성 에이스로의 성장 길목에 있어 황동재도 한단계 더 강해졌다. 단 7경기에 등판한 삼성의 현재이자 미래. 결코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