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텍사스 레인저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17일(이하 한국시각) LA 에인절스전 7대4 승리 후 인터뷰에서 "시미엔이 볼카운트 싸움을 벌이며 신더가드의 투구수를 늘려준 덕분에 1회 6점을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텍사스는 1회초 먼저 3점을 내줬으나, 이어진 1회말 5안타와 2볼넷, 실책 2개를 묶어 6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고, 결국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승리의 원동력으로 마커스 시미엔이 첫 타석에서 에인절스 선발 노아 신더가드를 11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얻은 볼넷을 꼽은 것이다.
현지에서는 시미엔이 텍사스로 이적한 올시즌 처음으로 우드워드 감독의 칭찬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시미엔은 데뷔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겨울 7년 1억7500만달러(약 2230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텍사스로 이적한 그는 이날까지 치른 33경기에서 타율 0.162, 8타점, 12득점을 기록 중이다. 아직 홈런이 없다. 143타석에서 10개의 볼넷을 얻고, 삼진 25번을 당했다.
이날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전체 타자 172명 중 타율은 167위, OPS는 171위다. 몸값을 못 한다는 얘기조차 민망스럽다. 우드워드 감독으로선 그를 주전으로 꾸준히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괴로울 것이다.
시미엔은 지난 4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부터 9일 뉴욕 양키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까지 3경기 연속 2안타를 치며 감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지난 15일 보스턴 레드삭스전까지 6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며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16일 보스턴전서 4타수 1안타, 이어 이날 에인절스전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을 올렸으니, 우드워드 감독으로선 고마울 따름이었을 지도 모른다.
시미엔은 작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커리어 하이를 보냈다. 162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265, 45홈런, 102타점을 때려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3위까지 올랐다. 역대 2루수 최다홈런 기록을 세웠고, 2루수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도 석권했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오프시즌을 거쳐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전혀 다른 타자로 전락한 것이다. 시미엔이 부진한 것은 부상이 없다고 보면 심리적인 측면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거액을 받고 팀을 옮긴 선수 치고 첫 시즌부터 잘 하는 선수는 사실 드물다. 그래도 이 정도의 부진은 매우 이례적이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추신수는 7년 1억3000만달러에 FA 계약을 하고 텍사스로 옮긴 2014년 첫 33경기에서 타율 0.333, 4홈런, 19득점, 11타점, OPS 0.987을 기록했다. "잘 데려왔다"는 소리를 들었다.
시미엔은 부진의 차원을 넘어섰다는 의견도 나온다. 마치 LA 다저스 코디 벨린저가 2019년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한 뒤 급전직하한 것과 흡사하다. 벨린저는 지난해 타율 0.165, 10홈런으로 시즌을 마쳐 충격을 던졌다. 올시즌에도 이날 현재 타율 0.202로 썩 나아진 모습은 아니다.
우드워드 감독의 칭찬이 시미엔에게 힘이 될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