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 이후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었다. 산, 들, 강, 바다 구분 없이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계속되는 강행군에 피로감도 커졌다. 출발 계획부터 먹거리 챙기기까지 준비해야 할 일이 백만 가지다. 여행지에서 수많은 사람에 치이는 것도 피로도를 높인다.
반복되는 주말여행에 게을러지고 싶다. 게을러지고 싶은 사람, 게으른 사람을 위한 지역별 맞춤형 여행지를 소개한다. 오래 걷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다양한 볼거리를 보고,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이다.
▶ 주차장에서 5분, 포천 비둘기낭 폭포
포천 한탄강주상절리길은 트레킹 코스로 잘 알려진 곳이다. 한탄강과 함께 협곡과 기암절벽, 제주도에서 볼 수 있어 산책코스로 안성맞춤이다. 2015년 한탄강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며 다양한 트레킹 코스도 갖췄다.
그러나 트레킹을 즐기지 않아도 볼거리는 다양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딱 5분만 걸으면 충분하다. 탁 트인 전망과 신비로운 폭포,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하늘다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비둘기낭폭포는 천연기념물 537호다. 비둘기낭폭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고급 리조트에서나 볼 수 있는 현무암을 잠깐 걷다 보면 왼편에 작은 계단이 마주한다. 산 아래로 내려가면 힘들겠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둬도 좋다. 동굴을 품은 비둘기낭폭포를 마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분이면 충분하다. 폭포와 함께 에메랄드빛 물이 만들어 내는 신비한 경관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드라마 '추노', '괜찮아, 사랑이야', '킹덤', '아스달 연대기'와 영화 '최종병기 활', '늑대소년'의 촬영지라는 점도 이야기꽃을 피우는 소재가 된다.
비둘기낭폭포를 보고 나면 전망대가 있다. 높은 곳을 올라가야 하는 전망대가 아니다. 협곡의 특성상 평지를 잠깐 걸었을 뿐인데 시원하게 흐르는 강물과 푸른 소나무, 꿈틀거리는 듯 보이는 절벽 등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협곡 사이를 지나는 한탄강하늘다리가 인상적이다. 높고 긴 건축물이라 가까워 보인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비둘기낭폭포 주차장을 함께 이용할 수 있으니 가까운 편이다. 도보로 15~20분 정도면 충분하다. 이것마저 귀찮다면 차를 타고 하늘다리 주차장을 이용하자. 하늘다리 주차장에 하늘다리까지는 도보 3분이 채 되지 않는다. 한탄강하늘다리는 길이 200m, 폭 2m의 다리로 협곡 바닥에서부터 높이가 50m에 달한다. 바닥 곳곳에 강화유리를 설치, 다리 위에 즐길 수 있는 재미를 더했다. 가족과 함께하고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인근 산정호수 방문을 추천한다. 놀이기구가 있어 활동성 있는 아이들의 마지막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다.
▶앉아 있기만 해도 힐링 '세미원'
숲속 바람 소리, 냄새는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에게 힐링과 치유를 위한 좋은 재료다. 도심 공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다. 양평 세미원에는 특별한 숲길이 있다. 거주지 인근 공원을 방문하는 자가용 기준 1시간~1시간30분 가량만 투자하면 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세미원 입구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7분을 넘기지 않는다. 세미원의 숲길은 두 가지 형태가 있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특별함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숲길을 따라 무작정 길을 걷는 걸 추천한다. 그러나 쉬고 싶은 사람이라면 인공 시냇물을 따라 조성된 돌다리 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나무 그늘 아래 위치해 시원하고, 사람의 도보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아무 곳에나 앉아 물가에 발을 담그고 시간을 보내기 안성맞춤이다. 함께 간 사람이 있다면 무리하게 뒤를 쫓을 필요도 없다. 모든 길은 연결되어 있고, 세미원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들어온 길을 이용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다 보면 모든 이들을 만나게 된다.
세미원을 둘러본 뒤 아쉬움이 남는다면 인근 용문사로 향하면 된다. 절을 방문할 필요는 없다. 용문사 주차장 인근에는 넓은 공원을 비롯해 볼거리, 먹거리가 다양하다. 산나물 등 양평 특산물로 조리된 음식을 먹다 보면 여행보다 휴식의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경상 '밀양', 전라 '목포'…"시원함을 한눈에"
휴식을 위해 떠날 수 있는 지방 대표 여행지로는 밀양, 목포를 추천한다. 각각 경상도와 전라도를 대표하는 곳으로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는 곳이다.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해 당일치기 여행을 비롯해 장박 여행지로도 안성맞춤이다.
밀양은 부산과 대구 중간 지점에 있다. KTX가 연결, 교통 접근성도 뛰어나다. 예로부터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알려졌지만, 여행자들이 적은 곳이 밀양이다.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밀양골 명소로는 영남루, 얼음골케이블카, 참샘허브나라를 추천한다. 경관 좋고 즐길거리가 있는 곳이 다양하지만 게을러지고 싶은 사람을 위한 맞춤형 코스다. 밀양의 대표 볼거리인 만어사는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둘러보는 게 좋다.
영남루는 밀양 남천강 옆 아동산에 있다.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국내 3대 누각이다. 도심 및 주차 이후 접근성이 뛰어나다. 강을 끼고 내려다보는 경치만으로도 밀양 여행의 만족도를 높인다.
참샘허브나라는 꽃새미마을에서 살아온 농부가 20년에 걸쳐 조성한 농원이다. 허브차를 즐길 수 있고, 다양한 꽃과 정돈된 나무와 숲 소리, 새 소리 등이 인상적이다. 액티비티한 것을 즐기고 싶다면 얼음골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된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며 산 정상에서 한눈에 바라보는 밀양의 전경은 웅장함을 선사한다.
목포는 전라도의 낭만을 품고 있는 항구도시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북항스테이션에서 유달산스테이션을 지나 고하도스테이션까지 총길이 3.23km, 왕복 40분 동안 육상과 해상을 넘나든다. 항구도시이자 낭만 도시인 목포 전경을 공중에서 감상할 수 있다. 고하도에서 일몰을 보고, 유달산으로 돌아와 야경과 달맞이하는 일정으로 짜면 알차다. 목포는 여수 못지않게 야경도 아름답다. 목포대교의 야경은 일몰과 함께 목포항의 불빛, 대교의 조명이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더한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목포의 대표 관광명소인 갓바위를 추천한다. 영산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절벽에 자리 잡은 갓바위는 관광 접근성이 뛰어나 짧은 시간에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갓을 쓰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갓바위란 이름이 붙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처럼 정교한 게 특징이며, 천연기념물 제 500호로 지정되어 별도 관리를 받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