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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5.52→1.56' 환골탈태. 460억 日다승왕 눈뜨게한 '맞춤형 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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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3년 3600만 달러(약 460억원). 지난 겨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깜짝 배팅은 성공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기쿠치 유세이(31·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기세가 무시무시하다. 기쿠치는 17일(한국시각)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 6K로 호투하며 팀의 6대2 승리를 이끌었다.

기쿠치의 장점이 최대로 발휘된 경기였다. 최고 156㎞에 달하는 강속구에 곁들여진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기쿠치의 커리어하이였던 2018년 일본프로야구(NPB) 시절을 보는 듯한 호투였다. 당시 기쿠치는 NPB 좌완 최고 구속 신기록(158㎞)을 경신했고, 시즌 도중 투구폼을 조정하는 미션에도 성공하며 16승6패 187⅔이닝,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했다. 이해 퍼시픽리그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를 휩쓸었고,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23번이나 달성했다.

이 같은 호성적을 바탕으로 미국프로야구(MLB)에 진출했지만, 지난해까지 3년간 15승 24패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기쿠치의 영입 소식에 토론토 팬들의 비판이 쏟아졌던 이유다.

지난 4월만 해도 기쿠치에 대한 여론은 최악이었다. 4월 4경기에 선발등판, 1패 평균자책점 5.52에 그쳤다. 14⅔이닝을 소화, 5이닝을 넘긴 건 단 1번 뿐이었다.

하지만 5월의 기쿠치는 다르다. 3경기 동안 2승을 챙겼다. 17⅓이닝을 소화하며 자책점은 단 3점만 내줬다. 평균자책점이 무려 1.56이다.

뭐가 달라진 걸까.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와 디애슬레틱, MLB닷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기쿠치의 정상화를 위해 피트 워커 토론토 투수코치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기쿠치는 일본에서도 이중동작 논란이 있었던 투수다. 원래 기쿠치의 투구폼에는 멈칫하는 동작이 있었다. 하지만 5월에는 투구폼이 완전히 바뀌었다.

즐겨 사용하던 커터 대신 슬라이더를 던진다. 대신 80마일대 초반이던 슬라이더의 구속을 평균 87.8마일(약 141㎞)까지 끌어올린 하드 슬라이더를 장착했다. 워커 코치는 '무거운 커터처럼 던져라'라고 표현했다.

기쿠치는 "코치가 알려준 느낌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훨씬 편안하게 던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구가 향상되면서 볼넷이 줄고 삼진이 늘었다. MLB닷컴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버그 수정을 마친 기쿠치 2.0이 발매됐다'고 표현했다.

자신감을 잃었던 직구에 대해서도 보다 여유를 갖고 던질 것을 권했다. 찰리 몬토요 감독과 워커 코치는 "우린 널 믿는다.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는게 아니다"라며 여러차례 신뢰를 줬다. 기쿠치는 "'네가 우리팀이 포스트시즌에 가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란 말이 내겐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기쿠치가 자리를 잡고, 류현진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토론토는 시즌전 계획했던 호세 베리오스, 케빈 가우스먼, 류현진, 알렉 마노아, 그리고 예전과는 다른 기쿠치 로 구성된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풀고 가을야구에 나설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