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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 여행수요 '↑'…판 바뀐 여행 트렌드, 여행업계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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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강제 '집콕' 생활을 했던 기간이 2년을 넘어섰던 만큼 폭발적이다. 일각에선 코로나로 위기를 겪었던 여행업계가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벌써 호들갑을 떤다. 여행업계에서도 일단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이른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각종 제약으로 인해 수요보다 공급이 적을 수밖에 없고, 코로나 이후 여행 소비 트렌드의 판이 바뀌고 있어 여행업계가 엔데믹에 따른 과실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선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해외여행 떠난다, 예약자 수 급증

코로나의 엔데믹 전환은 매출이 급감했던 여행사 입장에선 실적 확대를 위한 좋은 기회다. 해외여행 상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수치로 보면 이해가 쉽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지난 4월 해외 송출객은 각각 1만2976명, 5114명이다. 4월 한 달간 1분기(1~3월) 전체 해외 송출객 수를 웃도는 수준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한창이던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598.8%, 814.8%가 늘었다. 참좋은여행의 4월 예약자 수는 2만3842명에 달했다.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30% 수준이지만 2년간 사실상 해외여행 송출이 중단됐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말 그대로 불황의 바닥을 쳤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7월까지 주요 메이저 여행사의 해외여행 예약은 꽉 찬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입국자에 대한 유전자증폭검사(PCR) 간소화와 항공편 확대에 따른 해외여행객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요소가 사라진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최근 정부는 입국자에 대한 PCR검사와 커퓨(항공기 운항 통제 시간) 등 제한 강도를 낮췄다.

방역당국은 23일부터 해외 입국 시 48시간 이내 시행한 PCR 음성확인서와 24시간 이내 시행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 제출을 병행하기로 했다. 내달 1일부터는 입국 6~7일차 신속항원검사까지 의무에서 권고로 바뀐다. 현재는 귀국 시 입국 전 48시간 이내 PCR 검사, 입국 1일 이내 PCR 검사, 입국 6~7일차 신속항원검사 등 3차례 검사를 거쳐야 한다. 4인 가족 기준 해외여행을 위해선 100만원 가량 비용이 소요됐다.

항공편의 경우 다음 달까지 국제선 운항 횟수를 주 230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항공권 가격이 상승한다는 점을 반영했다. 항공편 증가는 항공권 가격 안정화에 효과적이다.



▶변하는 소비패턴, 방향성 설정 시급

여기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 여행객 증가가 여행사의 수익개선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여행사의 과거 주요 수익구조는 단체 여행, 정확히 말하면 패키지 상품이었다. 패키지 상품은 숙박과 항공, 가이드 및 현지 액티비티 상품으로 구성된다. 항공사로부터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해외 현지 협력사(랜드사)로부터 숙박과 액티비티 상품 이용에 대한 수수료 중심의 사업구조였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여행트렌드의 판이 바뀌었다. 단체 대신 개인, 대표 관광지가 아닌 숨은 명소, 재미보다 힐링, 패키지 대신 자유여행 등이 선택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패키지상품 여행지의 대명사였던 중국의 하늘길은 여전히 막혀있고, 주요 이용객인 시니어층이 코로나에 취약한 세대로 분류되며 이용감소세가 불가피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시대를 맞아 해외여행 패턴은 변화할 것"이라며 "코로나로 인해 불특정다수 여럿과 함께 하는 패키지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만큼 자유여행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패키지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코로나 감염에 따른 격리 문제 등 부담감을 반영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며 "기존 패키지와 전혀 다른 소그룹, 럭셔리 등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상품 출시를 비롯해 경영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작 될 '옥석 가리기', 사전 준비가 관건

여행업계도 이같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첫 발은 뗐다.

하나투어는 엔데믹 이후 여행 소비패턴 변화를 고려해 '패키지2.0'을 선보였다. 패키지2.0은 쇼핑센터 방문 일정을 빼는 대신 자유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를 방문하고 선택 관광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유여행객을 위해 기획된 '소규모 단독 여행'인 '우리끼리'를 비롯해 에어텔을 확장하고 고도화시킨 에어카텔, 카텔, 티켓텔 등의 '결합상품'을 통해 단체가 아닌 '개별 패키지'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정기노선 증편이 늦어지는 경우를 대비해 다수의 전세기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노랑풍선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 트래블 플랫폼'을 구축에 투자했고, 현재 시스템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자유여행 상품 중 개인별 여행 패턴을 고려한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고, 결제까지 지원하는 형태의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모두투어의 경우 패키지여행과 자유 여행을 구분짓지 않고 고객 중심의 상품 개발을 전면에 내세웠다. 소비자 니즈를 반영, 새로운 여행 상품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수용하기 위해 '시그니처', '패키지플러스' , '여행에 진심을 담다'는 콘셉트를 앞세워 여행 일정으로 구성된 패키지 등이 대표적이다. 여행업계 차원에서는 보험사를 상대로 코로나 관련 전문 여행보험 상품 개발을 적극 제안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여행업 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상품 구성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자유여행 상품의 경우 과거 주요 여행 대도시를 중심으로 구성,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쉴 수 있는 소규모 도시 및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 활성화에 따른 과실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선 과거 박리다매식 패키지 판매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조금은 비싸지만 소비자가 지갑을 열 수 있는 소규모 여행상품의 구성이 기업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비대면이 익숙해진 상황 등을 고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스마트폰으로도 여행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고 상품 결제 이용까지 논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구축 등도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