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코로나19 시대에도 계속됐던 KBO리그.
초유의 펜데믹 시대에 찾아온 그라운드의 적막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투수의 기합, 타구음, 더그아웃의 파이팅 소리, 장내 아나운서의 선수 소개가 전부였다. 각 팀 응원단이 언텍트 응원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냈지만, 공허함을 메우기 힘들었다. 이런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각 팀 선수들은 묘수 찾기에 골몰했다. 흥을 돋우기 위해 만들어진 안타-홈런 세리머니는 적극적으로 진화했다. 갖가지 아이디어 속에 짝짝이, 징, 선글라스, 가면 등 '강화템'이 속속 등장했다.
'무관중-무함성'도 이젠 추억이 됐다. 개막 초반 유관중-무응원으로 출발했던 KBO리그는 대부분의 기억대로 응원과 함성이 소용돌이 치는 거대한 콘서트장의 모습을 되찾았다. 엔데믹 시대에 더그아웃의 흥 잔치도 추억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떠들썩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팀들도 있다.
최하위 한화 이글스는 '더그아웃 세리머니' 분야에선 1등이다.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선수들은 구단 슬로건인 '우리의 시간이 왔다(Our time has come)'에서 따온 '내 시간이 왔다(My time has come)'는 글귀가 쓰인 황금색 목걸이에 선글라스, 비눗방울 총을 들고 한바탕 잔치를 펼친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 에르난 페레즈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홈런 선글라스에서 진화한 모습.
KBO리그 최다 우승팀으로 묵직한 분위기를 자랑하던 KIA 타이거즈도 홈런 세리머니 대열에 동참했다. '호랑이의 왕'으로 꼽히는 백호 탈을 쓰고 더그아웃을 누빌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올 시즌 새 식구가 된 나성범이 5번으로 가장 많이 백호 탈을 썼고, 이적생 박동원도 KIA 유니폼을 입은 지난달 말부터 세 차례 아치를 그리며 백호 탈을 쓴 채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키움 히어로즈는 계절에 따라 세리머니도 진화하는 모습. 시즌 초반 팀 컬러인 버건디 색 왕관과 황금봉을 손에 쥔 채 품격 있게 더그아웃을 거닐던 키움의 홈런 타자들은 최근 붉은 색 가발과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아이템 특성 탓에 착용하는 선수들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지는 모양새다.
삼성 라이온즈는 별도의 아이템이 필요하지 않은 눈치. 데이비드 뷰캐넌이라는 훌륭한 '인간 아이템'이 존재한다. 투수 뷰캐넌은 동료 타자들이 홈런 세리머니를 치고 돌아올 때마다 각종 포즈 뿐만 아니라 춤사위까지 펼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엔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 우스꽝스런 복장으로 더그아웃에서 하루를 보내는 등 '흥부자'다움을 톡톡히 드러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