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전반 추가시간, 해리 케인의 페널티킥 골이 성공하자 손흥민은 누구보다 밝은 얼굴로 가장 먼저 달려가 축하해줬다. 득점왕보다 중요한 톱4 진입,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토트넘은 1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와의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에서 1대0으로 이겼다. 손흥민은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 풀타임 활약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토트넘(승점 68·21승5무11패)은 이날 승리로 한 경기를 덜 치른 아스널(승점 66·21승3무12패)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EPL은 4위까지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진다.
이날 경기의 포인트는 역시 손흥민의 골 여부였다. 손흥민은 최근 놀라운 기세를 달렸다. 3경기 연속골 포함, 최근 8경기에서 무려 10골을 몰아쳤다. 21골로 득점 2위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득점왕에 도전했다. 상대는 2019년 12월 79m 드리블 골로 푸스카스상의 영예를 안긴 번리였다. 손흥민은 번리를 상대로 3골-3도움으로 강했다.
시작 전 호재와 악재가 있었다. 22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살라는 15일 첼시와의 FA컵 결승전에서 전반 31분 사타구니 쪽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아웃됐다. 당장 살라는 남은 두 경기 출전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자의 득점 쌓기가 어려워 진 것은 손흥민 입장에서 분명한 호재였다.
악재도 있었다. 스리톱의 일원인 데얀 쿨루셉스키가 벤치에서 출발했다. 쿨루셉스키는 경기 전 고열에 시달렸다. 키핑과 패싱력이 좋은 쿨루셉스키는 손흥민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지난 레스터시티전에서는 손흥민의 멀티골을 모두 돕기도 했다. 대신 루카스 모우라가 선발로 나섰다. 여기에 핵심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부상으로 빠진 대신, 실수가 잦은 다빈손 산체스가 나선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경기는 토트넘이 때리고, 번리가 막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번리는 엄청난 질식수비로 나섰다. 17위 번리 입장에선 승점 1점이 절실했다. 토트넘은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손흥민은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다. 전반 10분 코너킥 상황에서 슈팅을 날린게 전부였다. 토트넘은 루카스의 돌파에 이은 케인의 마무리로 기회를 만들었지만, 골과는 거리가 있었다. 전반 추가시간,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산체스의 킥이 애슐리 반스의 손에 맞았다. 주심은 온필드 리뷰 끝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가 누가 될지 눈길이 쏠렸다. 이를 성공시킬 경우 손흥민은 득점 공동 선두에 오를 수 있었다. 케인도 최근 인터뷰에서 손흥민에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페널티킥 골이 없다. 하지만 키커는 케인이었다. 손흥민은 볼을 잡은 뒤 케인에게 다가가 건넸다. 성공률이 높은 전문 키커에게 기회를 줬다. 손흥민은 최근 인터뷰에서 '팀이 4위 안에 들 수 있다면 득점왕을 하지 못해도 되냐'는 질문에 "100%!"라고 답했다. 케인은 이를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이날 평소보다 몸이 무거운 모습이었다. 후반 19분 컷백에 이은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힌 것이 아쉬웠다.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토트넘은 승리했다. 개인보다 팀을 앞세운 손흥민의 희생정신이 빛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