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KIA 타이거즈가 왔는데도, 어린이날 매치인데도 왜 잠실구장은 매진을 기록하지 못한 것일까.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린 14일 잠실구장. 양 구단 관계자들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조심스럽게 시즌 첫 잠실구장 매진을 예상했다. 전통의 라이벌전. 양팀이 모두 상승세였다. 거기에 주말 3연전이고, 날씨도 좋았다. 이미 13일 금요일 첫 경기에 2만명 가까운 관중이 운집했다. 예매분만 2만2000장 이상의 티켓이 팔렸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매진 실패. 2만413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2만5000명 매진에 868명이 부족했다. 시즌 최다 관중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KIA와의 주말 경기와 함께, 한 시즌 중 가장 매진 기록이 높은 매치는 바로 '한지붕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의 어린이날 매치다. 어린이날은 다른 구장들도 만원 관중이 들어차는 날인데, 잠실은 매시즌 더 뜨거운 열기를 발산했다. 하지만 인천, 수원이 어린이날 만원 관중 앞에서 야구를 한 것과 달리 잠실은 2만4012명 입장에 그쳤다.
코로나19로 2년간 받지 못했던 관중. 입장이 허용되면 그 열기가 한 번에 폭발할 줄 알았는데 왜 '한국야구의 성지' 잠실은 매진이 기록되지 않는 것일까.
먼저 달라진 티켓 구매 방식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등이 발달하며 이제는 손가락 터치로 손쉽게 모든 걸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야구 티켓 예매도 그렇다. 예년에는 예매보다 현장 판매량 비율이 더 높았다면, 그 간극이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거의가 예매 판매로 이뤄진다. 보통 매진 기록은 예매분이 모두 팔리고, 남은 티켓 구매를 위해 팬들이 경기장에 몰려와 구매 경쟁을 치러야 나오는데, 이제는 팬들이 현장 구매를 위해 굳이 경기장에서 장사진을 벌이지 않는다. 어차피 예매로 좋은 자리가 다 팔린 걸 아니, 야구장에 가는 걸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다.
또 잠실구장은 특이하게 입석 제도가 남아있다. 실제 좌석수는 2만4269석. 나머지 731장의 입석표를 팔아야 2만5000명이 채워진다. 현장에 티켓을 사러온 게 아까워서 입석표라도 사 야구를 보자는 팬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팬들이 줄어드니 안타깝게 수백장 차이로 매진에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인천과 수원은 입석표가 없다.
왜 굳이 2만5000명이냐. 이는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와 두산 구단이 자체적으로 합의를 해 만든 기준이라고 한다. 잠실구장은 오래 전 3만500명 매진 기준에서 테이블석 등이 늘어나고 사석에 의자가 철거되는 작업을 거치며 2만7000명, 그리고 2만5000명으로 매진 기준이 줄어들고 있다.
젊은 세대의 소비 취향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구단 분석이다. 이왕 시간을 내 야구장에 가는 건데,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자리에서 야구를 보는 게 좋지 선수들과 플레이가 잘 보이지 않는 외야석은 찬밥 신세라는 것. 특히 잠실구장 외야석은 좌석간 간격도 좁고 컵 홀더도 없다. 출입구가 적은 구조상 상단 좌석에 앉으면 화장실, 매점에 가는 게 엄청난 일이다. 내야석에 비해 많이 불편한 게 사실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