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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건 자신있죠" 애타게 찾던 '다이내믹', 25세 야생마가 나타났다 [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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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롯데 자이언츠에는 '애슬레틱'함이 필요하다. 보다 '다이내믹'한 라인업을 짜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부임 이래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수차례 강조해온 말이다.

롯데는 지난해 팀 타율 1위, OPS 3위, 득점권 타율 1위의 활발한 타격을 뽐냈지만, 팀 득점(727개)은 4위 키움 히어로즈(720개)와 비슷한 3위에 머물렀다. 1위 SSG 랜더스(755개)는 홈런으로 확실하게 점수를 뽑고, 2위 두산 베어스(738득점)는 유기적인 팀플레이로 점수를 만들어낸다.

반면 롯데는 타자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주력 선수들의 발이 느려 득점권에 안타를 쳐도 홈에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서튼 감독은 지난해 마지막 감독 브리핑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올 겨울에 우리 팀에 '애슬레틱'이 좀더 더해진다면, 내년에는 한국시리즈에 도전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J 피터스와 이학주가 더해졌고, 1군에는 김평호, 2군에는 전준호 코치가 영입돼 보다 고급스러운 주루플레이를 추구하게 됐다.

롯데는 전통적인 1번타자도 없다. 캠프 때 박승욱 장두성 신용수 이학주 등이 테스트를 받았지만, 결국 올시즌에도 안치홍과 정 훈이 리드오프를 맡고 있다. 잘 뛰는 것도 좋지만, 일단 출루를 잘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

하지만 5월 1군에 합류한 황성빈은 사령탑이 원하는 '다이내믹'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적극적이면서도 무모하지 않고, 자신감이 넘친다. 이대호 한동희 등 경기 분위기를 바꿔놓는 '한방'을 때리는 선수는 있지만, 황성빈처럼 발로 '한방'을 보여주는 경우는 드문 팀이 롯데다.

황성빈은 2020년 2차 5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직후 입대, 현역으로 군복무를 소화했다. 올시즌 시작 때만 해도 미등록 선수 신분이었지만, 5월이 되자마자 정식선수로 전환된 뒤 1군에 콜업됐다.

데뷔 이래 처음 빛난 순간은 지난 11일 NC 다이노스전이었다. 2-4로 뒤지고 있던 롯데는 6회말 터진 지시완의 2타점 2루타로 동점을 이뤘다. 이어 황성빈이 지시완의 대주자로 나갔다.

이어진 1사 1,3루의 찬스. 정 훈은 3루 쪽으로 치우친 투수 앞 땅볼을 때렸다. 1점차 승부였던 만큼 NC 투수 원종현은 공을 잡은 뒤 3루 주자를 먼저 견제했다. 여차하면 3루주자를 먼저 잡겠다는 의도였다.

기민하게 귀루, 3루 베이스 옆에 서 있던 황성빈은 원종현이 자신에게 등을 보인 순간 곧바로 홈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베테랑 정 훈이 햄스트링을 다칠만큼 전력질주한 결과 1루에서 살았고, 황성빈이 홈을 밟으며 롯데가 리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만난 황성빈은 "(투수가 공을 잡았을 땐)일부러 안 뛰었죠. 2루로 던지기만 하면 전 홈에선 무조건 살 자신이 있었어요. 뛰는 건 자신있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황성빈의 진가는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한층 더 빛났다. 평소 더그아웃의 에너자이저, 분위기메이커인 황성빈이지만, 생애 첫 선발 출전이었다. 눈빛부터 간절함이 가득했다.

황성빈은 3회 첫 타석에서 투수앞 기습번트로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1루 커버가 늦으면서 당황한 한화 선발 윤대경의 송구는 빗나갔다. 황성빈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느라 악송구를 보지 못했지만, 이내 나경민 코치의 콜을 받아 다시 2루까지 내달렸다. 1~2회 잇따라 점수를 내주며 1-4로 뒤지던 상황. 황성빈은 한동희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고, 롯데는 2점을 더 추가하며 4-4 동점을 이뤘다.

6-4로 앞선 8회에도 한화 윤호솔을 상대로 또한번 기습번트를 성공시켰다. 오직 1루만 보고 뛰었다. 또한번 온몸을 던진 슬라이딩. 보는 이의 전율을 부르는 허슬이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