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3루 연습도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SSG 랜더스를 살린 최 항의 수비, 그 환상적인 수비가 나오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김원형 감독이 그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SSG는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위기에 빠졌었다. 3연패중이었다. 에이스 김광현이 나왔는데 6회 1-1 상황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더군다나 상대는 KBO리그 최고 강타자 양의지였다.
그 상황에서 역전타가 나왔다면, 아마 김광현도 SSG도 무너졌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데 이 위기를 넘겨준 게 최 항이었다. 이날 부상으로 빠진 형 최 정을 대신해 3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최 항은 양의지의 땅볼 타구를 껑충 뛰어올라 잡아냈고, 침착하게 홈으로 던져 5-2-3 병살타를 만들어냈다. 잡는 것, 그리고 급박한 상황에 정확히 던지는 것 모두 쉽지 않았다.
15일 NC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어제 최 항 때문에 이겼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 감독은 "타구가 나가는 순간 3루수 키를 넘어가는줄 알았다. 그걸 건져내 침착하게 홈까지 연결했다. 그 수비 하나로 팀이 이겼다"고 덧붙였다.
최 항은 2012년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지명을 받은 후 타격에는 확실한 재능을 가진 선수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수비가 약해 주전으로 성장하는 데 애를 먹었다.
올해도 2루가 주포지션이지만, 비시즌 1루수 훈련을 많이 했다. 2루에는 경쟁자가 너무 많아서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형의 자리, 3루로 나갔던 것일까.
김 감독은 "시즌 초 2군에 갈 때 면담을 했다. 3루 훈련을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 항 스스로 살 길을 찾아나선 것인데, 그나마 자신이 존재감을 표출할 수 있는 자리를 형의 자리로 생각한 것이다. 최고 타자인 형을 제치고 당장 주전을 차지할 수는 없겠지만, SSG에 3루 백업 요원이 마땅하지 않다는 걸 캐치한 것이다.
김 감독은 "최 정, 최 항을 보면 유전자가 비슷한 것 같다. 정말 노력을 많이 한다. 항이도 항상 뭐가 문제인지, 뭐가 필요한지 생각한다"고 말하며 "형이 동생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준다고 하면, 형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시나리오이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도 냉정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어제 경기 수비 하나로, 수비가 확 나아졌다 할 수는 없다. 냉정히 형을 따라잡으려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더 사실대로 말하면 따라잡기 쉽지 않다"고 했다. 최 항을 너무 과소평가한 건 아닐까. 그것보다 최 정이 너무 대단한 수비수라는 뜻이었다. 김 감독은 "우리팀 선수라서가 아니라, 그동안 프로야구 역사에서 3루 수비만 놓고 보면 1, 2등을 다툴 선수다. 타구 판단, 반응이 정말 좋다. 어깨도 강하다"고 극찬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