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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겼던 사인→버튼 한번에 OK, ML '피치컴' KBO도 도입 가능할까[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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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팔뚝에 찬 기기의 버튼 한 번만 누르면, 투수에게 사인이 전달된다. 투수는 투구 후 자신이 던진 공의 구속과 제구를 모자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어폰을 낀 야수들에게도 같은 내용이 전달된다.

최근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MLB사무국은 사인훔치기 방지 및 배터리의 원활한 소통을 돕고자 올 시즌부터 '피치컴(Pitchcom)' 기술을 도입했다. 포수가 구종 및 코스 정보가 담긴 전자 키보드를 누르면 투수는 모자에 달린 소형 스피커를 통해 이를 전달받고, 투구 후 정보도 전달 받는다. 2루수와 3루수, 유격수, 중견수도 이어피스를 통해 수신이 가능하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14일(한국시각) 도입 한 달째를 맞이한 피치컴이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마무리 투수 조 버로우는 "예전엔 안타를 맞으면 상대팀에 투구 폼을 읽힌건지, 사인을 훔친건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젠 안타를 맞아도 모두 내탓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뉴욕 양키스 불펜 투수 마이클 킹 역시 "포수로부터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인을 받을 수 있고, 투구 피드백까지 제공돼 다음 투구 전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호평했다. 텍사스 내야수 브레드 밀러는 "그동안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기 위해 포수 사인을 보려 해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젠 그런 우려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팀의 선수들이 피치컴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 투수 켄달 그레이브먼은 "스프링캠프 때 정보가 전해지는 속도가 늦더라"고 말했다. 토론토 투수 알렉 마노아는 "2초마다 정보가 제공된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경기를 빨리 하기 위해 뛰는 게 아니라 이기기 위해 뛰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피치컴을 사용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토론토 포수 잭 콜린스는 "피치컴 키보드 버튼에는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스플리터 외에 너클볼이 있는데, 너클볼은 대부분의 투수가 던지지 않는다"며 맞춤형 옵션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수 년동안 사인훔치기로 홍역을 앓았다. 특히 휴스턴 애스트로스,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자기기 동원 사인훔치기는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피치컴 도입을 통해 이런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는 모양새다.

야구 본고장인 미국의 신기술이 KBO리그에 도입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디오판독, 투구궤적 추적 뿐만 아니라 선수 정보가 담긴 암밴드까지 이제는 KBO리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피치컴이 빅리그에 정착되면 곧 KBO리그 배터리들도 손으로 보내는 사인 대신 버튼 한 번을 눌러 의사교환을 마무리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를 일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